챗GPT로 세계에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을 불러온 오픈AI의 창업자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영진을 잇따라 만났다. 업계에선 올트먼 대표가 AI 구동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를 조달하기 어렵다고 보고 자체 AI 반도체 개발 또는 공급 확충을 위한 협력 방안을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전날 입국한 뒤 이날 오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찾아 반도체 생산 라인을 둘러봤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올트먼 CEO와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같은 날 오후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물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 CEO가 한국 방문 일정을 비공개로 진행했기에 방한 목적과 면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오픈AI 모두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다만 대표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경영진을 차례로 만난 것을 두고 올트먼 CEO가 AI용 반도체 생산을 늘릴 필요성을 제기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외 업계에선 이미 올트먼 CEO가 AI 반도체 생산에 관여하려 한다는 분석이 많았다. 블룸버그는 20일 올트먼 CEO가 아랍에미리트(UAE) AI 기업 G42, 일본의 소프트뱅크 등과 만나 막대한 투자자금을 유치하고 있으며, 이를 전 세계에 걸친 '반도체 제조공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네트워크에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제조사들이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협업할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두 회사는 AI 연산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뒷받침하는 필수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다. 두 회사의 HBM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90%를 넘는다. 이외에 프로세싱인메모리(PIM) 등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도 주도하고 있다.
올트먼 CEO가 이끄는 오픈AI가 삼성전자와 AI반도체를 공동 개발하거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AI 개발 및 구동에 필요한 GPU는 엔비디아가 대부분을 공급하는 가운데 AMD와 인텔 등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지만 공급이 쏟아지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트먼 CEO는 엔비디아의 GPU를 전량 생산하고 있는 대만의 TSMC와도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 CEO의 방한은 지난해 6월에 이어 7개월 만이다.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초청으로 마련된 스타트업과의 대화 자리에서 올트먼 CEO는 "한국 스타트업들과 오픈AI가 이용할 수 있는 전용 반도체 칩을 함께 개발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