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재단은 1936년 포드 자동차의 창립자인 헨리 포드의 아들인 에드셀 포드에 의해 설립돼 현재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자선 단체이다. 이 단체는 인류 복지 증진과 불평등에 대한 도전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철학은 건축가 케빈 로시가 설계한 포드 재단 사옥에도 잘 녹아 있다. 맨해튼에 위치한 포드 재단 사옥은 유엔본부에 인접해 있다. 부지의 남쪽은 42번가, 북쪽은 43번가, 서쪽은 기존 빌딩, 동쪽은 수목이 우거진 소공원에 면해 있다. 케빈 로시는 이러한 조건을 고려해, 서쪽과 북쪽에 ⎾모양으로 사무 공간을 배치하고, 남동쪽으로 열리는 공간을 비워 ⏌모양으로 유리 스크린을 둘러싸 거대한 실내 정원(아트리움)을 만들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실내 정원 밖 동쪽 인접한 공원의 녹음이 건물 속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서면 39종의 식물이 들어찬 녹지 공간이 건물 꼭대기까지 관통하며, 맨해튼의 삭막한 마천루 도시 속 오아시스가 펼쳐진다. 남북의 높낮이 차로 1층은 여러 단으로 산책로를 형성하고, 그사이 구성된 수로를 통해 흐르는 물소리는 자연의 시냇물처럼 바깥세상의 번잡함을 부드럽게 진정시킨다.
1968년 완공 당시 포드 재단 사옥은 '뉴욕시에 대한 선물'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 건물은 녹지 공간이 펼쳐진 아트리움이 있는 최초의 건물이었다. 또한, 일반 시민에게 개방된 반 야외 공공 공간이 있는 기업 사무실의 효시였다. 그뿐만 아니라 빗물을 저장해 식물에 물을 주는 데 재사용하고, 지붕의 채광창을 통해 자연광을 받아 조명 에너지를 절약하는 등 친환경 건축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오늘날 보편화한 친환경 건축의 다양한 기법들이지만, 이 시대에는 파격적인 발상이었다. 사무공간은 아트리움 주변에 입체적으로 배치돼 녹지의 푸르름을 모든 방에서 볼 수 있었다. 주된 재료로 사용된 화강암과 녹슨 산화 철판 강철의 따스한 적갈색과 식물의 생동감 넘치는 녹색이 조화를 이뤄 차분한 느낌을 준다. 포드 파운데이션 빌딩은 뉴요커들에게 미드타운의 숨겨진 오아시스이며 건축 애호가들이 빠뜨리지 않고 방문하는 랜드마크이다. 오랜 사용에 의한 노후화로 2년에 걸친 대규모 개보수 작업을 통해 얼마 전 새롭게 문을 열었다.
1960년대 미국의 사무실은 벽으로 둘러싸인 삭막한 개인실로 나누어져 다른 사람들이 뭘 하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고, 직장은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고 싶은 곳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포드 재단 건물이 당시 미국에 미친 영향은 지대한 것이었다. 로시가 제안한 것은 창밖을 내다보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열린 작업 환경이었다. 창문을 통해 주위를 둘러보면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 고객을 설득하려는 사람들, 정원을 산책하는 이웃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개방된 업무공간은 재단과 직원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직원 및 지역 사회와의 연결 방식에도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아트리움은 바깥 거리에서 한눈에 들어오고, 내부에는 아름다운 정원의 녹음이 충만하다. 이 정원은 동측 공원에서 연속하고, 남북 두 거리를 연결하는 지름길이기도 해서, 주변 보행자들은 자연스럽게 이곳을 드나들게 된다.
사옥 건축은 그 조직원의 창의성과 공동체 의식, 그리고 소통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더 나아가 지역 사회의 삶의 질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집만큼이나 일터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직원들, 그리고 그 건물을 매일 바라보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배려한다면, 우리 도시는 보다 개성적이고 개방된 공간을 지닌 사옥이 더 많이 필요하다. 당신의 업무공간에 설렘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