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가 국제축구연맹(FIFA) 130위 말레이시아와 3골씩을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힘겹게 무승부를 거뒀다. 조2위로 16강에 오른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격돌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3-3 무승부를 거뒀다.
대표팀은 전반 20분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의 해딩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한 뒤 계속해서 말레이시아를 압박하며 여러 차례 골문을 두드렸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후 후반 6분 동점골을 허용한 데 이어 후반 17분 패널티킥으로 추가 실점을 했다. 다급해진 클린스만호는 황희찬(울버 햄프턴)과 김진수(전북현대) 등을 잇따라 투입하며 전력을 끌어올렸고, 후반 38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넣었다. 이후 추가시간에 손흥민(토트넘)이 페널티킥에서 기회를 잡아 골을 넣으면서 기사회생했지만, 또다시 역전골을 허용했다.
31일 16강서 '중동 강호' 사우디와 격돌
이날 경기 결과 한국은 1승2무(승점 5)를 기록해 E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31일 오전 1시 현재 F조 1위인 사우디와 16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 사우디 대표팀은 이탈리아 국가대표팀과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인터밀란(이탈리아) 등을 이끌며 '세계적 명장'이란 칭송을 얻은 로베르토 만치니(이탈리아) 감독의 지휘 하에 4번째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고 있다.
FIFA 랭킹은 56위로 우리(23위)보다 낮지만, 역대 전적 5승8무5패로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가장 최근 맞대결은 작년 9월 영국에서 열린 평가전으로, 당시 조규성(미트윌란)의 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최근 조별리그에서 패스와 크로스 등에 허점을 드러내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사우디 팬 다수가 경기장을 찾아 홈경기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토너먼트서 체력·경고 관리 필수
관건은 체력이다. 조별리그 때는 경기 사이 간격이 4일 정도로 충분했지만, 토너먼트에선 그 간격이 2~3일로 짧아진다. 31일 16강을 치르고 나면 8강은 2월 3일, 4강은 2월 7일에 연달아 열린다. 결승은 2월 11일이다.
경기 전후 휴식 및 훈련 시간이 촉박해지는 만큼 주전 선수들의 체력관리는 필수다. 대표팀은 말레이시아전에서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한 탓에 선수들의 피로감이 상당한 상황이다. 16강 진출이 이미 확정된 상황이었음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부상자를 제외한 주축 선수들을 그대로 기용했다. 이미 '부상병동'이라 불릴만큼 경기 전후로 계속 부상자가 발생하는 와중에 체력관리마저 실패하면 우승까지 가는 길이 더욱 험난해질 수 있다.
경고 관리도 문제다. 손흥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주축 선수들을 중심으로 옐로카드 7장을 받은 와중에 이날 경기에서 이재성(마인츠) 등에게 1장이 추가되면서 클린스만호는 아슬아슬한 상태다. 경고는 8강까지 누적된다. 사우디는 피지컬 우위를 앞세워 중원에서 강한 몸싸움과 전술적 반칙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경고를 받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