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시험한 순항미사일 ‘불화살-3-31령’을 신형 ‘전략순항미사일’이라고 어제 밝혔다. 시험 주체인 북한 미사일총국은 “무기체계의 부단한 갱신 과정”이라고 했다. ‘전략’이라는 이름을 붙인 걸 보면 방공망 탐지가 어려운 전술핵 탑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가 유력하다. 북한 핵무기의 소형화와 다종화가 급진전되고 있음을 뜻해 우리의 안보 위협이 한층 더하게 됐다.
북한은 지난해 9월 화살 1, 2형으로 이름 붙인 1,500km 거리의 순항미사일 시험을 하면서 전술핵공격 가상발사훈련을 진행했었다. 저고도에 8자와 원형 궤도를 그리고, 상공 150m에서 공중 폭발도 시험했다. ‘불화살’로 이름 붙인 이번 순항미사일은 '화살'형의 성능 개량이나 보다 진전된 전술핵 시험으로 보인다. 우리 군당국은 “핵 탑재 여부나 실험 여부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이 분석 중”이라고 했지만 전술핵 탑재 능력을 갖춘 순항미사일 실전배치 역시 시간문제로 보는 게 타당하다.
답답한 건 미중, 미러 갈등과 국제 제재의 무력화 속에 육해공을 망라한 북한의 핵무기 개발 진전을 속절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어제 “지방 인민에게 초보적인 생활필수품조차 원만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심각한 경제난을 공개하면서도 핵의 다종화 소형화엔 국가적 사활을 걸고 있다. 불과 엿새 전엔 핵어뢰 수중 실험을 진행했고, 기존 방공망으론 차단에 한계가 있는 고체연료 기반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 시험도 열흘 전이다.
9·19 군사합의 파기 이후 북한의 전쟁 위협을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이유는 다종의 핵개발을 기반으로 한 자신감이 상황 오판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핵우산만으론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트럼프 리스크’까지 가시화한 상황에서 우리 자체의 핵억지 전략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세계 정세의 격변기에 심각한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플랜B’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