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년간 새로 짓는 소형 주택(아파트 제외)을 사거나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사면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의 '1·10 부동산 대책'을 정부가 발표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나도 이참에 임대사업이나 해볼까' 하고 솔깃할 수 있는데요.
그러나 하나하나 살펴보면 '절세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네'라고 여길 지점이 적지 않습니다. 1주택자는 상황에 따라 되레 '세금 폭탄'을 맞을 우려도 있고요. 세무 전문가 도움을 얻어 집을 추가로 살 때 따져 봐야 할 핵심 내용을 추려 봤습니다.
1. 세금 혜택 대상은
정부가 집을 추가로 사더라도 주택수 산정에서 제외해 세금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한 유형은 총 3가지입니다. ①1월 10일부터 2025년 12월까지 준공된 신축 소형 주택을 매입한 경우 ②1월 10일부터 2025년 12월까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한 경우 ③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주택을 추가로 매입한 경우 등입니다.
①소형 주택 혜택은 '주택수 제외'
대상은 이렇게 3가지지만, 혜택 내용은 조금씩 다릅니다. 우선 ①은 전용면적 60㎡ 이하, 수도권 6억 원·3억 원 이하 빌라, 오피스텔 같은 '비아파트 소형 주택'이 대상입니다. 부여된 혜택은 '주택수 제외' 딱 하나입니다. 추가로 집을 10채 사도 세금 산정에 필요한 주택수를 따질 때 새로 산 주택은 빼 준다는 뜻입니다.
가령 1주택자가 서울에서 소형 주택 2채를 추가로 사면 기존엔 3주택자가 돼 세금이 훨씬 무겁게 매겨집니다. 1·10 대책 시행으로 이런 부담은 사라집니다. 취득세는 1주택자 기준(1~3%)으로 매기고 다주택자에게 적용하는 양도세·종합부동산세(종부세)도 중과하지 않습니다. 중과는 기본세율에 더해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걸 뜻합니다. 정부도 이런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정말 큰 혜택인지는 뒤에 자세히 따져 보겠습니다.
1·10 대책엔 2년간 준공되는 신축 소형 주택의 원시취득세를 최대 50% 감면해 주는 내용도 담겨 있는데요. 이건 다소 결이 다릅니다. 보통 빌라나 오피스텔은 건물주가 원시취득을 한 뒤 분양을 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최초로 소형 주택 분양을 받을 때만 이 혜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②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1주택 특례'
①은 비아파트가 대상이지만 ②는 아파트가 대상입니다. 다만 '전용면적 85㎡·6억 원 이하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라는 조건이 달려 있습니다.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이미 입주까지 마쳤는데도 팔리지 않아 빈집으로 남아 있는 아파트를 일컫습니다.
②는 혜택이 두 가지입니다. 바로 '주택수 제외+1가구 1주택 특례' 적용입니다. 아까 주택수 제외는 세금을 중과하지 않는 혜택이라고 얘기했죠. 1가구 1주택 특례는 법에 따라 1주택자에게만 주는 특별한 혜택입니다. 12억 원 집까지는 양도세를 아예 물리지 않고, 종합부동산세 산정 때도 12억 원을 공제해 주는 게 핵심입니다.
다시 정리하면 ①과 달리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100채를 사더라도 1주택자 자격을 유지해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령 서울에 12억 원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는 사람이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100채를 샀다고 가정합시다. 1주택자 기준으로 취득세(1~3%)를 내고요. 양도세·종합부동산세 중과도 하지 않을뿐더러 기존 12억 원 아파트를 팔 때도 '1가구 1주택 특례'에 따라 양도세를 한 푼도 내지 않습니다. 매년 내야 하는 종부세 역시 기본공제 12억 원 혜택이 그대로 유지돼 종부세 고지서엔 0원이 찍히게 됩니다.
최근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1만 호 정도 됩니다. 이 중 지방 전용 85㎡ 이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7,800호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③인구감소지역 주택 추가 매입
③은 정확하게 나온 건 없습니다. 정부가 화두만 던지고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발표하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정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은 전국에 89곳입니다. ③ 역시 혜택은 '주택수 제외+1가구 1주택 특례' 두 가지입니다.
2. 소형 주택 추가로 샀더니... 세금 88% 뛰네
그래서 정부 대책, 정말 도움이 되는 걸까요. 유형별로 다릅니다.
우선 가장 관심은 ①이죠. 정부 대책을 접한 뒤 이참에 소형 주택 하나 사서 월세 놓으면 괜찮지 않을까, 이런 생각하는 분들 정말 많습니다. 문제는 ①엔 1가구 1주택 특례 혜택이 빠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기존 1주택자가 소형 주택을 사면 그간 유지됐던 집값 12억 원까지 양도세 비과세는 사라지고 종부세 기본공제 금액은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줄어듭니다.
이 혜택이 어떤지 감이 안 잡히죠. 우병탁 신한은행 부지점장이 분석한 세금 시뮬레이션을 통해 풀어 보겠습니다.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아파트(공시가 11억4,800만 원)를 보유한 1주택자 A씨는 올해 종부세를 안 내고 재산세로만 256만 원을 낼 것으로 추산됩니다. 추가로 공시가 2억2,000만 원짜리 소형 주택을 사면 어떻게 될까요. 내야 할 세금은 483만 원으로 전보다 88% 급등합니다.
기존엔 1주택 특례에 따라 종부세 산정 때 12억 원 기본공제를 받아 종부세를 한 푼도 안 냈지만, 소형 주택을 사는 즉시 1주택 특례 자격이 사라져 종부세로 99만 원이 새로 부과된 탓입니다. 재산세 역시 기존보다 130만 원 정도 뛸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양도세는 어떻게 될까요. A씨 아파트는 대략 시가로 17억 원 안팎입니다. 1주택 특례를 적용하면 기존 아파트를 팔 때 전체 양도차익에서 12억 원까지에 해당하는 양도차익(비율로 계산됩니다)은 비과세하고, 12억 원 초과분(5억 원)에 해당하는 양도차익에만 과세합니다. 하지만 1주택 특례가 사라지면 기존 집을 팔 때 양도차익 전체에 양도세율이 매겨져 양도세 부담이 수억 원 늘어날 수 있습니다.
A씨가 양도세 폭탄을 맞지 않으려면 소형 주택을 먼저 팔아 1주택 특례 자격을 복원시켜야 합니다. 기존 보유 주택이 9억 원 이하라 종부세 부담이 크지 않거나 거의 없고, 기존 주택을 당장 팔 계획도 없다면 소형 주택을 추가로 사 임대사업을 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임대수익이 세금 증가분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다만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추가로 사더라도 1주택 특례 자격을 주는 만큼 임대사업용으로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기존 2주택 보유자는 오히려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3주택자의 종부세는 현재 기준으로 과세표준이 12억 원을 초과하면 중과세율(2.0∼5.0%)이 적용되는데, 2주택자가 소형 주택을 추가 구입해도 계속 2주택자로 간주돼 일반세율(0.5∼2.7%)로 과세되기 때문입니다. 기존 3주택자는 어차피 종부세 중과 대상인 만큼 소형 주택을 추가 구입해도 중과 여부가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3. 시행은
① ② ③ 공통으로 적용된 '주택수 제외' 혜택은 정부 권한인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 시행까지 별다른 불확실성은 없습니다. 정부는 5월쯤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라 이르면 상반기 중 시행될 예정입니다.
다만 ② ③에 부여된 1주택 특례 적용은 법 개정 사항입니다. 정부는 내달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총선 정국이라 새 국회가 열리는 5월 이후에나 법 개정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절반 이상을 가져가면 야당 반대로 법 개정이 좌절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 정부가 규제를 풀겠다며 낸 법안 중 야당 반대에 막혀 여전히 국회에 계류된 법안이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2년 시간을 둔 만큼 법 개정이 된 걸 확인한 뒤 투자에 나서는 것도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결론>
1. 소형 주택 추가 매입 땐 1주택 특례 자격이 부여 안 된다.
2. 고가 주택 보유자는 추가 매입 때 세금 부담이 커진다.
3. 중저가 주택 보유자는 임대수익이 세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
4. 1주택 특례는 법 개정 사항이라 시행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