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4일 인도네시아 대선을 앞두고 현지 여성 정치인 코피파 인다르 파라완사(58) 동자바 주지사가 ‘킹메이커’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대통령과 부통령 입후보자는 모두 30~60대 남성이지만, 코피파 주지사가 여성과 무슬림 유권자 표심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선 향방을 좌우할 숨은 실세'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23일 미국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사회는 코피파 주지사의 행보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그가 지지하는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는 얘기다.
코피파 주지사는 1992년 27세의 젊은 나이로 의회에 입성한 뒤, 30년 넘도록 정계에서 활동해 온 원로 정치인이다. 국회 부의장과 사회부 장관 등을 거쳤고, 2019년부터는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지역인 동자바주(州)를 대표하고 있다. 그가 당선된 후엔 주 재정 상태가 안정화한 데다, 빈곤율도 크게 낮아져 지역 내 인기가 높다는 게 현지 매체들 설명이다.
그만큼 이번 대선에 파급력을 미칠 수도 있다. 동자바 주민 4,000만 명 가운데 올해 투표권이 있는 사람만 3,100만 명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전체 유권자(2억500만 명) 중 15%가량에게 코피파 주지사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무슬림과 여성의 표심을 꽉 쥐고 있다. 23년간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무슬림 단체 ‘나흐드라툴 울라마’의 고위직을 맡고 있고, 3,000만 명 이상 회원이 소속된 여성 단체 ‘무슬리맛’의 의장도 겸하고 있다. 엘라 프리하티니 자카르타대 정치학자는 “코피파의 특정 후보 지지는 곧 여성 유권자의 지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의 연임도 2014년과 2019년 대선 때 코피파 주지사로부터 공개 지지를 받은 게 결정적 승리 요인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코피파 주지사 본인이 직접 권력 핵심부로 들어가진 못했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대통령 후보 등록을 앞두고 현지 언론들은 그를 후보 3인의 유력한 러닝메이트로 점쳤지만 결국 현실화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의 가부장적 문화가 ‘여성 부통령’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대선 후보들이 막판에는 모두 다른 남성 정치인의 손을 잡은 탓이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의 신뢰는 두텁다. 현지 주민 하야티는 블룸버그에 “코피파 같은 강력한 여성 지도자가 특정 후보를 믿고 찍어 달라고 요청하면 따를 예정”이라며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지지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매체 베리타 자팀은 “코피파는 모든 대선 후보에게 상당한 표를 보장해 줄 것”이라며 “선거 승리의 부적이자 킹메이커”라고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