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 '48' → '18' → '3'.
여권의 중요한 고비마다 윤심(尹心)을 자처, 집단행동에 나서 '홍위병'이란 비판을 받았던 국민의힘 친윤석열(친윤)계 초선 의원들의 세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 지난해 나경원 전 의원 전당대회 출마 저지와 김기현 전 대표 옹위 등을 거치면서 세를 불려 왔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갈등 국면에서 응집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갈등 국면에서 윤심을 전달한 건 지난 대선 윤 대통령 수행실장을 했던 이용 의원이다. 지난 20, 21일 '디올백 수수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가 사과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의 글과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내용이 담긴 기사를 의원 단체 채팅방에 연이어 올렸다. 하지만 김 여사 관련 글엔 정경희·최춘식 의원만이 동의한다는 취지의 답글을 남겼다.
수십 명의 의원이 집단행동에 나섰던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2022년 7월 이준석 전 대표 축출 국면 때 배현진·박수영 의원 등 초선 의원 32명이 당시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겨냥해 비대위 전환을 촉구하는 '연판장'을 썼다. 지난해 1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초선 의원 48명은 여론조사상 우위에 있던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 "대통령과 참모를 갈라치면서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그 갈등을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 명분으로 삼으려는 건 20년 가까이 당에 몸담은 선배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믿기 어렵다"는 성명서를 냈다. 윤심을 등에 업었다는 평가를 받은 김 전 대표 지원 차원이었다.
이들의 세가 약해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 김 전 대표 사퇴 국면부터다. 김 전 대표 사퇴 여론이 제기된 지난해 11월 23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이용 의원은 "(비대위 전환은) 당을 위한 일이 결코 아니다. 김기현 체제로 끝까지 가야 한다"고 주장했고, 20명 가까운 초선 의원들이 지지 발언에 가세했다. 당시 하태경 의원은 "우리 당 여론이 급격히 나빠진 것은 초선 18명이 일종의 홍위병 역할을 한 것"이라며 "나경원 연판장 때처럼 조직적으로 동원됐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대통령실과의 갈등 끝에 사퇴했고, 윤심을 잘못 해석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 전 대표를 사수하다가 뭔가 잘못된 방향이라는 생각들이 공유되기 시작한 것 같다"며 "공천까지 앞둔 상황에서 한 위원장 사퇴를 주장했다간 청산의 대상으로 찍힐 것을 우려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