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는 누구] 尹이 믿는 선배.... 한동훈 대신할 '검찰 관리자' 낙점

입력
2024.01.23 16:01
5면
박성재 신임 법무부 장관 지명
윤 초임·좌천 시절 끈끈한 인연
'김건희 수사' 검찰 장악력 포석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박성재(61·사법연수원 17기) 전 서울고검장을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한 건 집권 중반기를 맞아 '친정'인 검찰 조직을 안정적으로 틀어쥐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초임 검사 시절부터 끈끈한 관계를 맺으며 교유해 온 검찰 선배. 믿을 수 있는 인사를 앞세워 총선 국면을 관리하는 동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사건들을 수사 중인 검찰을 단속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과 대구에서 '두 번의 인연'

윤 대통령과 박 후보자의 인연은 윤 대통령이 검사로 첫발을 디딘 1994년 대구지검에서 시작됐다. 당시 대구지검 선배 검사였던 박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6년 후배였던 윤 대통령을 자주 불러 식사하는 등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팀을 맡던 윤 대통령은 항명 사태로 인해 2014년 1월 대구고검에 좌천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대구고검장이 박 후보자였다. 국정감사에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한 뒤 정직 징계를 받고 지방으로 쫓겨난 윤 대통령을, 소속 기관장인 박 후보자가 살뜰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의 인연과 별도로, 박 후보자 스스로도 검찰에서 잘 알려진 '특별수사통'이다. 최재경 전 민정수석, 김경수 전 고검장, 홍만표 전 검사장 등 '연수원 17기 트로이카'들에게 다소 가려지긴 했지만, 그 역시나 탄탄한 수사와 안정적인 조직 관리 능력으로도 검찰 내부에서 신망이 높았다. 2015년 대구고검장 재직 시 김수남 당시 대검 차장과 함께 총장 후보로 추천됐고, 2017년 서울고검장일 때도 문무일(18기) 부산고검장과 함께 총장 후보로 거론됐다.

윤 대통령으로선 △믿을 수 있으면서도 △검찰을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는 법무부 장관 카드인 셈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 재직 시 최측근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건희 여사 사건과 관련해 갈등을 빚었는데, 한 위원장을 통해 관리하던 검찰을 제대로 맡아 줄 다른 '관리자'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집권 중반기 검찰 확실한 단속 카드

현재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등 김 여사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데, 여기서 검찰이 윤 대통령의 뜻과 다르게 사건을 처리하면 집권 후반기 리스크가 커지거나 레임덕도 앞당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도이치모터스 의혹 사건 등에 대한 수사지휘를 배제한 효력이 여전히 살아 있어, 현재 이 사건은 총장이 아니라 사실상 장관이 지휘하는 것과 다름없다. 박 후보자가 이원석(27기) 검찰총장에 비해 10년이나 선배라는 점도, 법무·검찰의 세력 균형점을 서초동에서 과천(법무부) 쪽으로 당겨올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선 박 후보자 지명으로 청문 이전에 소폭의 검사장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통상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 맡는데, 현재 기조실장을 겸임하는 권순정(29기) 검찰국장이 청문회 준비까지 1인 3역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업무 부담이 과중하기 때문이다. 신임 기조실장으로 변필건(30기) 수원고검 차장검사(검사장)가 이동하거나, 정진용(30기) 서울고검 검사가 승진·보임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변 검사장은 검사들 사이에서 "검사가 아니라 법무부 직원 아니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법무부 근무 이력이 많은 기획통이다. 다만 수원고검장이 현재 공석인 상황이어서, 변 검사장이 기조실장을 맡을 경우 검사장급의 연쇄 이동이 불가피하다.

박 후보자 지명이 다음 달 초 예정된 평검사 인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법무부 등 일부 자리에 차기 장관의 의사가 반영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최동순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