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이 코치까지"… 후원회장 논란으로 불똥 튄 민주당 계파갈등

입력
2024.01.23 17:00
총선 공천 의결권 갖는 정청래 최고위원
친명 원외 후원회장 맡으며 논란
비명계 전혜숙 의원 '공정성' 문제 제기

더불어민주당에서 비이재명(비명)계와 친이재명(친명)계가 '총선 예비후보 후원회장 문제'로 충돌했다.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이 비명계 의원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원외 인사 후원회장을 맡은 것을 두고 "심판이 코치까지 하면 되느냐"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공천이 본격화되면서 비명계와 친명계 간 갈등이 점점 첨예해지는 양상이다.

23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 의원 단체대화방에서 비명계 전혜숙(3선·서울 광진갑) 의원이 정 최고위원을 향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전 의원 지역구에 도전하는 친명계 원외 인사 후원회장을 맡아 노골적인 편들기에 나섰다고 의심하고 있다. 전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심판이 코치까지 하고 있다"며 "최고위원은 공천에서 최종 결정권을 갖는 공천심사위원"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 의견에 당내 일부 의원들도 동조하며 힘을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최고위원이 후원회장을 맡은 원내외 인사는 6명 정도로 알려졌다. 친명계로 꼽히는 비례대표 유정주 의원도 지난 9일 부천 출마를 결정하면서 정 최고위원을 후원회장으로 변경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번 논란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는 "당사자들의 요청이 와서 후원회장을 맡았을 뿐"이라며 "별문제가 아닌데 (문제로) 불거지게 만들고 있다"고 되레 전 의원을 비판했다. 다른 친명계 지도부 의원도 "후원회장이 실제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며 "전 의원이 자신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라고 정 최고위원을 두둔했다.

그럼에도 비명계 의원들은 이번 논란을 예사롭지 않게 지켜보고 있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이날 "후원회장 자격에 대한 규정은 없다"면서도 "지도부가 특정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지 않은 건 암묵적으로 지켜온 정치 상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과거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당대표가 되면서 김상희 의원 후원회장직을 내려놨던 사례도 있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은 "우리가 공정하게 경선을 해야 여당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최근 당대표실 당직자 앞으로 비명계 윤영찬 의원 출당을 요구하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배달된 사실도 친명계의 공천 장악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가 이날 원내대책회의 종료 직전 즉석으로 발언을 추가해 "모든 후보자들이 당의 자랑스러운 후보자로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세심한 관리를 부탁한다"고 당부한 것을 두고도, "계파갈등 조짐이 불거지면서 선제적인 진화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우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