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가 세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연말 수요가 증가한 반면 작황 부진에 공급이 감소하면서, 과실류의 가격 상승폭이 컸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생산자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오른 121.19(2015년=100)로 집계됐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탄 및 석유 가격이, 공급 증가로 화학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공산품이 전월 대비 0.4% 내렸지만, 다른 품목 가격이 모두 상승했다. 생산자물가가 오른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그중 농림수산품은 전월 대비 4.9% 상승했다. 세부 품목별로는 농산물 상승률이 9.3%에 달했는데, 딸기 가격상승률이 154.1%로 두드러졌다. 유성욱 경제통계팀 물가통계팀장은 "여름 늦더위 때문에 딸기를 옮겨 심는 과정이 늦어지면서 수확이 지연됐다. 반면 연말 수요는 늘어나면서 가격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사과 가격이 두 배 이상(122.3%) 뛰었다. "수확기에 냉해를 입어 유통 물량이 감소한 탓"이라는 설명이다. 사과 가격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17.4%다. 수산물 가격도 4.6% 올랐는데, 오징어 어획량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물오징어의 전월 대비 가격상승률은 42.6%, 냉동오징어는 5.2%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은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 상승으로 1.0%, 서비스는 호텔 및 한식을 중심으로 음식점 및 숙박서비스 가격이 상승하며 0.2% 올랐다.
지난해 연간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6%(전년 대비)로 나타났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16.1%) 등 다른 품목 가격이 상승했으나,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탄·석유 중심 공산품 가격이 0.9% 내렸다.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가 한창이던 2022년 연간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008년(8.6%)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8.2%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