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인들의 3분의 2가량이 중국과 별개로 생각하며, 더 나아가 중국은 대만에 매우 주요한 위협 요인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대만인의 67%는 ‘나는 대만인’(Primarily Taiwanese)이라고 답변했다. ‘대만인ㆍ중국인 모두’(Both)라는 답변은 28%, ‘대체로 중국인’(Primarily Chinese)은 3%에 불과했다. 이 결과는 지난해 6~9월 대만 성인남녀 2,277명을 설문조사한 내용이다.
연령별로는 젊은 층(18~34세)에서 ‘나는 대만인’이라고 답한 비율이 83%에 달했고 ‘중국인’이란 답변은 1%에 불과했다. 반면 35세 이상에서는 대만인 61%, 둘 모두 33%, 중국인 4% 비율로 나타났다. 성별로도 차이가 났는데, 자신을 대만인이라고 인식하는 비율은 여성(72%)이 남성(63%)보다 높았다. 또 대만인의 정체성은 정치 성향과도 어느 정도 연관성이 나타났다. 퓨리서치센터는 “자신을 ‘대만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민주진보당(민진당)을,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국민당을 지지할 확률이 더 높았다”고 덧붙였다.
또 중국의 힘과 영향력에 대해 ‘대만에 주요한 위협’(Major threat)이라고 답변한 대만인은 66%나 됐다. ‘약간 위협’(Minor threat)은 19%, ‘위협 요인 아니다’(Not a threat)라는 답변은 10%였다. 다만 독립적 정체성과는 달리, ‘중국에 대한 정서적 애착’(Emotionally attached)을 갖고 있다는 답변은 41%나 됐다. ‘매우 강한 애착이 있다’(Very)는 답변은 11%, ‘어느 정도 있다’(Somewhat)는 답변도 30%나 됐다. 물론 ‘전혀 없다’(Not at allㆍ32%), ‘별로 없다’(Not veryㆍ25%) 등 부정적인 답변이 더 많았다.
퓨리서치센터는 “대만인들의 이런 성향이 ‘중국과 별도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민진당에 3연승을 안겨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만 민진당은 현 차이잉원 총통이 2016년 5월 20일 집권한 뒤 재선(2020년)에 성공했고, 이번 라이칭더의 승리까지 연속 세 차례 승리했다.
한편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제16대 총통 선거에서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당초 미국과 중국 간 대리전 구도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대만인들의 선택이 '친(親)미국ㆍ반(反)중국' 성향의 민진당에 기울면서, 이번 미중 간 대리전은 미국의 승리로 귀결됐다. 중국이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만해협의 미중 간 대치 수위도 급상승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