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사퇴 거부하며 尹과 차별화... "제 임기는 총선 후까지"

입력
2024.01.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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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사퇴 요구 거절… 선민후사"
김건희 리스크엔 "입장 변화 없다"
윤 대통령 일정 '불참'… 향후 대응 주목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명품백 수수 의혹을 둘러싼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서는 "입장에 변한 게 없다"면서 여전히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적 차별화를 꾀하고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수순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부족하지만 그동안 최선을 다해왔다. 선민후사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비대위원장으로서 4월 총선을 지휘하겠다고 못 박은 셈이다. 그는 특히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고 밝히며 거취를 둘러싼 대통령실의 압박이 있었다는 점을 확인해줬다.

한 위원장은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입장에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에 "제 입장은 처음부터 변한 적이 없다"며 "당(黨)은 당의 일을 하는 것이고, 정(政)은 정의 일을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라고 설명했다. 여당과 정부가 하나라는 당정일체가 아닌, 당에 남아 국민을 바라보며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할 테니 더 이상 흔들지 말라는 의미로 읽힌다.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로 비치는 대목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공천은 용산(대통령실)이 아니라 비대위원장이 주는 것"이라며 "열흘만 버틴다면 의원들은 한 위원장 편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갈등 확산을 차단하려 발언 수위를 더는 높이지 않았다. 대신 더불어민주당을 공격하면서 보수진영의 결집을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총선의 큰 시대정신 중 하나가 소위 말하는 운동권 특권 세력의 청산"이라며 "그분들 중 상당 부분은 종북 성향으로 운동하셨던 분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가 옹호하는 86세대(80년대 학번·1960년대 생)를 표적으로 당 내분을 수습하려는 제스처로 보인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제 거친 언행이 여러모로 불편함을 드린 적이 있었다. 더 정제된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고, 총선 승리하는 것에만 매진토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는 앞서 김 여사를 프랑스 대혁명기 공공의 적이던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 논란을 촉발했다.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은 사퇴 요구 논란에 "정치권에 다양한 얘기가 많다. 거기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선 "사과는 불법이라든가 과오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몰카를 갖고 불순한 목적으로 공작을 하려다 실패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한 위원장이 '마이 웨이'를 선언하면서 향후 윤 대통령과 친윤석열(친윤)계 의원들의 맞대응이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 형식의 신년 업무보고에 불참했다. '감기 기운이 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지만, 한 위원장과의 불편한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전날까지 격앙됐던 친윤계 의원들은 이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한 위원장의 전략 공천 움직임에 반발해 별도로 모이려던 경북 지역 의원들도 긴급회의를 취소했다.

김도형 기자
나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