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당내 '친윤석열(친윤)계'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 위원장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을 놓고 대통령실의 태도 변화 필요성을 언급하자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친윤계의 압박에 한 위원장도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고 맞섰다.
대통령실도 "당정은 원팀"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 때문에 공천을 장담할 수 없게 된 친윤계의 이간질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위원장이 '김건희 리스크'와 '내부 반발'이라는 양면 압박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여당의 총선 성패가 달렸다.
친윤계 초선 이용 의원은 21일 당 의원들이 속한 단체 대화방에 '한 위원장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가 철회됐다'는 내용의 글을 공유했다. 최근 한 위원장이 김 비대위원의 출마를 지지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자 윤 대통령이 실망해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전날에도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이 사과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는 "(김 여사가) 사과를 하든 안 하든 지지율은 올라가지 않으며사과를 하는 순간 민주당은 들개처럼 물어뜯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친윤계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사과 불가론'을 강조했다.
이는 한 위원장이 지난주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 '사과론'에 힘을 실은 데 따른 반발로 풀이된다. 이들은 김경율 비대위원 공천 논란에 따른 한 위원장의 실책을 함께 부각시켰다. 친윤계 핵심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대통령실에서) 김 비대위원 공천 논란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이 의원의 글에 (대통령실 의중이 담겼다고) 받아들이면 된다"고 전했다. 당내에서는 한 위원장이 김 비대위원 '띄우기'에 나서자 대통령실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로 불리는 자타공인 윤 대통령의 '적통'이다. 그간 '윤심(尹心)'의 채널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온 친윤계는 위기의식을 느낄 만한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의 행보가 친윤계 의원들의 '낙천 공포'를 자극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이용 의원은 직전 김기현 체제를 옹위하려다 실패한 전적이 있지 않느냐"며 "(윤심) 약발이 약해진 상황에서 김 여사 의혹을 고리로 (대통령실에) 충성심을 보이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비대위원을 공천에서 미는 듯한 한 위원장의 언행이 구실을 만들어준 셈"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대통령실은 갈등설을 일단 부인했다. 한 관계자는 "(한 위원장과 대통령실의) 허니문 기간 끝나고 각 세우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당정 원팀 기조는 변함없다"면서 "대통령실은 정책 등으로 당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도 이날 일각에서 제기된 친윤계의 사퇴 촉구 주장에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총선 지휘를 위한 한 위원장의 리더십이 중차대한 상황에서 균열은 당내 누구도 섣불리 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윤심을 둘러싼 잡음이 커질수록 한 위원장의 구심력은 약해지고 수직적 당정관계 비판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민심과 맞지 않는 방향으로 당이 역행하는 것을 막지 못하면, (민심의) 칼이 당을 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