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달 탐사선 착륙에도... “60점짜리 합격” “운명 불투명”, 이유는?

입력
2024.01.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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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 직후 태양전지 작동 안 해
'배터리 의존' 상태로 임무 수행
계획보다 빨리 활동 중단될 수도

일본의 달 탐사선 ‘슬림(SLIM)’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달 표면 착륙에 성공했음에도, 현지는 ‘절반의 성공’ 정도로 냉정히 평가하는 분위기다. 착륙과 동시에 전력 문제가 불거져 완벽한 임무 수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된 탓이다. 마냥 웃지만은 못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미국 CNN방송은 21일 슬림의 달 착륙 성공 소식을 전하면서 “전력 문제로 (달 탐사선의) 운명이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태양전지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는 이유다. 현재 슬림은 남은 배터리 전력에 의존한 채 달 표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 고갈 시점에도 태양전지가 작동하지 않으면 당초 계획보다 빨리 멈춰 버릴 수밖에 없다.

앞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작사)는 슬림이 20일 0시쯤 달 상공 15㎞에서 강하를 시작, 약 20분 뒤 달 적도 부근 표면에 연착륙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인류의 달 착륙은 미국, 러시아(옛 소련), 중국, 인도에 이어 다섯 번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매우 좋은 뉴스”라고 기쁨을 표했고, 일본 언론들도 ‘역사적 쾌거’라면서 일본이 우주강국 면모를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슬림의 태양전지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들뜬 분위기엔 찬물이 끼얹어졌다. 착륙 과정에서 기체의 자세가 흐트러져 태양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대로라면 슬림이 ‘일몰까지 활동 지속’ 목표는 만족시키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실제 이번 프로젝트 책임자인 구니나카 히토시 작사 우주과학연구소장은 착륙 직후 기자회견에서 ‘점수를 매겨 달라’는 요청에 “신랄하게 얘기하자면 겨우 합격인 60점”이라고 답했다.

작사는 일단 상황을 계속 살피면서 임무를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태양의 기울기 변화에 따라 슬림의 태양전지에 햇빛이 닿으면 다시 전력을 얻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

위용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