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히신문의 ‘사람면'에 등장하는 인물은 성별 비중이 거의 반반이다. 오피니언면에 외부 기고자나 전문가 인터뷰가 실릴 때도 남녀 성별 비중을 고려한다. 한국여성기자협회 임원 16명은 19일 일본 언론사 중 가장 앞서가는 성평등 정책을 운영하는 곳으로 손꼽히는 아사히신문사의 초청을 받아 도쿄 본사에서 언론사의 젠더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아사히신문사는 후쿠시마 노리아키 젠더 담당 집행임원을 포함한 30여명이 참석, 2020년 4월 ‘젠더 평등 선언’을 발표한 이래 4년 가까이 진행해 온 회사의 성평등 정책을 설명했다. 이 선언을 통해 아사히는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기고자 등의 한쪽 성별 비중이 40%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하고, 관리직의 여성 비율(당시 12%)을 배로 높이겠다는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이후 아사히는 사람면에 등장하는 인물은 물론 오피니언면 논객, 논단 필자, 회사 주최 포럼의 발표자 등의 여성 비율 및 사내 관리직, 논설위원, 신입사원 중 여성 비율 등 총 14가지 지표를 측정해 매년 발표하고 있다. 이 결과 선언 전인 2019년엔 사람면에 등장하는 인물 중 여성 비율이 28.4%에 그쳤지만 지난해 5월엔 45.8%까지 상승했다.
2020년 초 회사 측에 ‘이런 선언이 필요하다’며 처음 제안한 미시마 아즈사 기자는 “수치 목표를 정한 것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며 “기획 편집회의 등에서 여성에 대한 기사가 더 필요하다는 등의 제안이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말했다. 당시 이들의 제안을 임원진에 전달했던 나카지마 고타로 사회부 차장은 “반대하는 임원은 거의 없었고 아사히신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2022년 10월엔 관리직 중 여성 비율(13%)을 높이기 위해 ‘젠더 선언 플러스’도 발표했다. ‘여성이 없는 회의를 하지 않는다’ ‘부서 별로 여성 등용 수치 목표를 설정한다’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지난해엔 젊은 여성 기자들이 2개월 정도 임원이나 부장을 밀착해 따라다니면서 업무를 체험하는 ‘섀도잉 교육’이란 제도도 도입했다. 후쿠시마 집행임원은 “일본은 아직 한국보다 젠더 격차가 심하다”며 “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일본 미디어 업계의 선두에서 성별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