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명품백 의혹에...한동훈 "국민 눈높이" 강조하자 대통령실 "정치공작"

입력
2024.01.19 19:00
3면
한동훈, 전날 이어 "국민 눈높이" 강조 
여당 내부, 김 여사 사과 요구 이어져
한동훈, 윤재옥과 조율에 나섰지만
대통령실 "기획된 불법촬영" 입장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다. 전날 "국민이 걱정할 부분이 있다"는 입장의 연장선으로, 사실상 대통령실의 태도 변화 필요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저녁 "치밀한 기획 아래 영부인을 불법촬영한 초유의 사태"라고 강조했다. '국민 눈높이'를 얘기한 한 위원장 발언에 대통령실이 '정치공작'이라고 대응하면서, 당과 대통령실 간 갈등이 고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동훈, 전날에 이어 국민 여론 강조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을지로에서 인공지능(AI) 기술 관련 현장 간담회를 가진 뒤 김 여사 명품백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그 이슈에 관한 저의 입장은 분명하고 확실하게 말씀 드렸다"고 못을 박았다. 전날 한 위원장은 "(서울의소리의 명품백 수수 취재 과정은) 기본적으로 함정 몰카"라는 기존 입장을 전제하면서도 "(수수)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부분과 국민이 걱정할 부분이 있다"고 직언을 했다.

한 위원장이 명품백 수수에 비판적 국민 여론을 부각하는 것은 '정치 공작이라는 본질을 흐리는 일체의 다른 말은 부적절하다'는 친윤계의 입장과 결을 달리한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본질은 공작"이라고 당부했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도 "본질을 간과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정치 공작 노림수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여사의 사과를 강조하며 '대구·경북(TK) 의원들은 절박함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말한 김경율 비대위원에 대해서는 "특정 지역과 관련해 발언한 부분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도 이날 통화에서 "사과 요구 등은 본질을 흐리는 것에 불과하다"며 "비대위 쪽에서 불필요한 말이 자꾸 나온다"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한 위원장도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날 대통령실과 갈등설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니까 갈등이라고 할 만한 건 없다"고 일축했다. 여론을 거듭 앞세웠다. 윤 원내대표의 '원보이스' 주문을 두고서도 "우리 당이 여러 가지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고 거기서 당의 의견을 모아가는 그런 정당이어야 한다"며 거리를 뒀다.

"한동훈, 국민 생각 대변하는 것" 김 여사 사과 요구 이어져

한 위원장의 기류 변화에 대해 여당 내부에서는 총선 승리를 위해 민심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위원장과 가까운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이날 "한 위원장이 국민들 생각을 대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정훈 의원도 YTN라디오에서 "일반 국민들이 사기도 어려운 가방들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은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달리 국민들에게 충분히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용호 의원도 SBS라디오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죄송하다’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한 위원장 기류 변화에 입장 드러낸 대통령실

갈등설을 일축한 한 위원장은 이날 윤 원내대표와 만나 명품백 의혹 대응 방안과 관련해 대통령실에 건의할 당의 입장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 사과 △조건 없는 특별감찰관 임명 △명품백 전달 시점의 경호 책임자 문책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후 대통령실에서는 김 여사를 겨냥한 정치공작이라는 사실을 부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작년에 재미 교포 목사가 김 여사 선친과의 인연을 앞세워 영부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라면서 "미리 물품을 구입하고, 구입 과정을 사전에 녹화하는 등 치밀한 기획 아래 영부인을 불법 촬영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김 여사 명품백 의혹이 알려진 이후 대통령실은 공식적 대응을 하지 않은 채,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모든 선물은 관련 규정에 따라 관리, 보관된다"는 입장만 비공식적으로 내놓았다. 이 때문에 이날 대통령실 반응은 김 여사 의혹에 대한 한 위원장의 기류 변화에 대한 대응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성택 기자
나광현 기자
김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