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발표 예정인 가수 아이유의 신곡 '러브 윈스(Love Wins)'가 성소수자들 사이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성소수자들이 인권을 강조하기 위해 수년간 사용해온 슬로건과 신곡 제목이 같아 성소수자 인권 의미가 퇴색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아이유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는 16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신곡 예고 포스터를 공개했다. 포스터에는 아이유와 방탄소년단(BTS) 뷔가 마주 앉은 모습이 담겨 신곡이 이성 간 사랑을 담은 노래로 비쳤다.
포스터가 공개되자 성소수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제기됐다. 곡 제목인 '러브 윈스'는 2015년 6월 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 결혼이 합헌이라는 역사적 결정을 내렸을 당시 성소수자들이 슬로건으로 사용했던 문구다. 당시 연방대법원 앞에 모여 있던 수백 명의 동성애자들은 "사랑이 이긴다(Love Wins)"는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2016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동성애자 나이트클럽에 총기난사 사건 때도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의미로 사용됐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성소수자 권리 옹호 집회나 성평등 관련 행사에서 널리 사용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러브 윈스는 성소수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써왔던 구호였는데, 우리의 언어를 빼앗긴 기분이다", "이 앨범이 뜨자마자 늘 무지개가 붙어 있던 러브 윈스 해시태그가 오염됐다", "앞으로 성소수자나 다른 사회적 약자의 슬로건을 마음대로 바꿔서 써도 된다고 인식될까 두렵다", "성소수자의 사랑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와 그 사랑을 죄로 여기는 데 대해 저항한다는 의미가 폭넓게 담긴 슬로건을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게 과연 괜찮은가", "이 유명한 슬로건을 몰랐을 리는 없고 특정 구호의 힘을 약하게 만드는 건 너무했다" 등 비판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반면 "성소수자 쪽에서 자주 쓰는 단어라고 남들이 못 쓰게 통제하는 건 비정상이다", "단어에 저작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억지스럽다", "러브 윈스라는 가스펠도 있고 책도 있는데 동성애를 상징한다고만 보긴 어렵다", "곡 제목에 '미투(Me Too)'를 쓰면 여성 운동을 폄하한다고 할 수 있나" 등 해당 문구를 곡 제목으로 사용하는 게 문제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논란이 지속되자 아이유는 자필로 쓴 신곡 소개 글을 공개했다. 글에는 "누군가는 지금을 대혐오의 시대라 한다. 분명 사랑이 만연한 때는 아닌 듯하다"며 "사랑에게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 사랑하기를 방해하는 세상에서 끝까지 사랑하려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적혀 있다.
그러면서 "다섯 곡이 담긴 이 앨범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나의 팬들에게 바치는 두 곡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 곡 러브 윈스"라며 "한 번도 나를 혼자 둔 적 없는 나의 부지런한 팬들에게, 내 마음속에 끝없이 사랑을 길러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팬들의 무한한 사랑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곡이라는 해명이다.
'러브 윈스'는 24일 오후 6시 주요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아이유의 신곡 발표는 2021년 12월 '조각집' 이후 약 2년 1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