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 항공사인 일본항공(JAL)이 신임 사장으로 승무원 출신 여성 임원인 돗토리 미쓰코(59) 전무를 승진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1951년 일본항공 설립 이래 여성 사장 탄생은 처음이다. 또 객실 승무원 출신이 사장이 된 것도 처음이며 세계 항공업계에서도 드문 일이라고 일본 언론은 보도했다.
18일 요미우리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항공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4월 1일자로 돗토리 전무를 신임 사장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후쿠오카현 출신에 나가사키시 갓스이여자단기대학을 졸업한 돗토리 전무는 1985년 객실 승무원으로 일본에어시스템(JAS)의 전신인 도아고쿠나이(東亞國內)항공에 입사했다. 20년 전 JAS가 일본항공에 흡수합병된 이후 일본항공으로 옮겨 객실안전추진부장, 객실본부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최고고객책임자(CCO)를 맡고 있다.
돗토리 전무의 사장 취임은 '일본항공 출신 대졸 남성'만 사장이 됐던 관행을 완전히 깬 파격 인사다. 여성과 승무원 출신 첫 사장 기록만이 아니다. 모기업이 아닌 흡수된 기업 출신이 사장이 된 것도, 4년제 대학이 아닌 2년제 단기대학(한국의 전문대에 해당) 출신이 사장이 된 것도 일본항공에선 처음이다.
돗토리 전무는 승무원 출신답게 취임 소감으로 '안전 운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2일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발생한 해상보안청 항공기와 일본항공 여객기 충돌 사고 당시 여객기의 승객과 승무원 379명이 화재 직전 모두 무사히 탈출한 데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승무원들에게) 고객 모두를 구출하겠다는 강한 사명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항공의 파격 인사에 일본 여론도 호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고객과 안전을 중시하고 현장을 아는 승무원 출신이 사장이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주로 올라왔다. "과거라면 국토교통성의 낙하산이 내려왔을지도 모른다. (일본항공이) 파산 후 새롭게 변신했기 때문에 가능한 파격 인사"라는 평가도 있었다. 일본항공은 2010년 파산 후 '경영의 신'이라 불린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주가 무보수로 회장 직을 맡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후 회생했다.
한편 일본항공 정비사 출신인 아카사카 유지 현 사장은 돗토리 전무가 사장에 부임하면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6년간 사장으로 재임한 그는 "코로나19가 종료되고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해 이임을 준비해 왔다"며 "하네다 충돌사고와 이번 인사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