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에 도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법정에서 판사와 말씨름을 벌였고,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에 대한 인종차별성 발언도 도를 넘어섰다. 특유의 화법으로 극렬 지지자를 결집시킨 그가 이번 대선의 각종 리스크도 같은 전략으로 헤쳐 나가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욕 남부연방지법에서 열린 명예훼손 혐의 민사소송에 출석해 사건 담당 루이스 캐플런 판사와 충돌했다. 이 재판은 작가 E. 진 캐럴이 "과거 트럼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2019년 폭로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을 모욕하며 시작됐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캐럴이 진술을 할 때마다 “사기꾼”이라고 중얼거렸다. 캐럴 변호인이 항의하자 캐플런 판사는 “퇴정시킬 수 있다”고 주의를 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두 손을 들며 “그러면 좋다(I would love it)”고 비아냥대듯 대응했다. 상기된 캐플런 판사가 “당신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말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신도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쏘아붙였다.
외신들은 ‘법정 모욕’에 가까운 행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도적 연출이라고 분석했다. 다음 달 23일 뉴햄프셔주(州)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인 프라이머리(예비경선)를 앞두고 법정에서 쫓겨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사법 탄압’ 여론을 부추기려 했다는 것이다. 이날 캐플런 판사도 "당신이 퇴정을 열망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 출두가 지지자들에게 불러 올 효과를 인식하고 있다”며 “(매일 법정과 유세 현장을 오가는) ‘핑퐁 여행’이 선거 기간 동안 반복될 것”이라고 짚었다.
니키 헤일리 전 대사를 겨냥한 비난도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헤일리 전 대사를 ‘님라다(Nimrada)’라고 지칭한 게 대표적이다.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헤일리 전 대사의 결혼 전 이름 '니마라타(Nimarata)'를 잘못 거론한 것으로, 그의 '출신 성분'을 문제 삼는 원색적 발언이다. 미국 CNN방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종차별적 ‘개 휘파람(지지자 선동)’을 불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2차 경선지 뉴햄프셔에선 헤일리 전 대사의 상승세가 확인됐다. 아메리칸리서치그룹이 지난 12~15일 뉴햄프셔주 유권자 6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대사 모두 40% 지지율을 확보했다. 양측이 동률을 보인 건 처음으로, 지난 10일 사퇴한 반(反)트럼프 성향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의 지지표를 헤일리 전 대사가 흡수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그 외 여론조사 및 미국 전역에서는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르면 3월 중순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조기 확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기세대로라면 경선 레이스가 끝나기도 전에 선거인단 절반인 1,215명을 확보하리라는 예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