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홍해 선박 공격해온 후티 '국제테러리스트' 재지정

입력
2024.01.18 01:31
자금 묶고 거래 차단해 '경제적 압박'
예멘 국민 대비 고려해 30일 뒤 효력

미국이 17일(현지시간) 홍해에서 상선을 공격해온 예멘의 후티 반군을 '특별지정 국제테러리스트(SDGT)'로 재지정했다. 후티를 겨냥한 '경제적 압박' 카드를 꺼내들며 공격 중단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다만 예멘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대비를 위해 SDGT 발효는 한 달 뒤로 미뤘다.

미국 CNN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후티를 SDGT로 지정했다"고 보도했다.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전날도 후티의 공격이 "명백한 테러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밝히며 SDGT 지정을 예고한 바 있다.

후티는 이란을 필두로 한 '저항의 축'(중동 내 반이스라엘·반미 진영)에 속한 예멘 반군으로, 팔레스타인 지지를 명분 삼아 지난해 말부터 홍해에서 민간 상선과 미군 함정 등을 공격해 왔다. 미국은 후티를 멈추기 위해 맞불 공습까지 감행했지만, 후티는 아랑곳않고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 SDGT 카드를 꺼낸 건 경제적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다. SDGT로 지정되면 미국에 있는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거래도 차단된다. WP에 따르면, 미 정부 당국자는 "제재의 궁극적인 목표는 후티 반군이 확전을 중단하고 행동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도록 설득하는 것"이라며 "후티가 공격을 중단하면 지정 해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임기 마지막 날인 2021년 1월 19일에도 후티는 SDGT와 외국테러단체(FTO)로 지정됐지만, 후티가 예멘을 상당 부분 장악한 만큼 경제적 제재를 가하면 예멘 주민에 구호품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FTO로 지정되면 미국 내 개인과 단체가 물질적 지원이나 자원을 제공하는 것까지 금지돼 SDGT보다 제재 수위가 높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적 지원이 위태로워진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제재 한 달여 만인 2021년 2월 16일 후티에 대한 SDGT, FTO 지정을 모두 해제했다.

미국 정부는 후티를 FTO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해 왔으나 이번엔 SDGT만 지정하기로 했다. 예멘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준비하라는 차원에서, SDGT 지정 발효까지 30일의 유예기간도 줬다. 정부 관계자는 예멘 국민에 대해 "우리는 이런 제재가 예멘 국민에게 최소한의 피해를 줄 수 있도록 많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