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8년 차를 맞는 한진선(27)은 늦게 핀 꽃이다. 2017년 정규투어에 뛰어든 이래 5년 넘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다가, 2022년 131번째 출전 대회에서 감격적인 첫 승을 올렸다. 꽉 막힌 혈이 뚫리자 이듬해 다시 한번 우승을 맛봤다. 그가 매년 정상에 오른 대회는 모두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이다. 그래서 한진선은 ‘하이원의 여왕’으로도 불린다.
17일 서울 종로구 누디트 익선에서 열린 캘러웨이 신제품 골프 클럽 론칭 행사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한진선은 “요즘 체력 훈련을 열심히 하면서 새 시즌을 준비 중”이라며 “코스 전장이 길어지고 있어 헤드스피드를 높여 드라이버 샷 거리를 늘리려고 한다. 바꾼 새 클럽의 비거리가 잘 나오고, 샷 미스가 나더라도 잘 커버해 준다”고 근황을 전했다. 한진선의 드라이버 거리는 2017년 252m였지만 이후 계속 줄어 지난해 229m까지 하락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메이저 대회 우승과 더불어 한 시즌 2승을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금의 한진선을 만들어준 하이원 대회 우승이 가장 큰 목표다. 대회 장소 하이원 컨트리클럽은 강원 속초 출신인 한진선이 아마추어 시절 포함 40차례 이상 경기를 했던 곳이라 친숙하고, 지난해 최종 4라운드에서 샷 이글을 두 차례나 했던 좋은 기억도 있다. 다만 올해 이 대회가 열릴지는 미지수다. 한진선은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열린다면 하이원 대회 3연패가 첫 번째 목표”라며 “항상 운이 따랐던 장소라 나에게 조금 더 유리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1승씩 거둔 지난 2년간 기세도 좋다. 2022시즌 톱5에 세 차례, 톱10에 여덟 차례 이름을 올렸고 2023시즌엔 톱5 세 차례, 톱10 네 차례를 기록했다. 또 평생 한 번 하기 어렵다는 '홀인원'도 2년 연속했다. 짜릿한 손맛을 본 곳은 2022년 4월 14일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1라운드 3번 홀과 2023년 4월 27일 크리스에프앤씨 제45회 KLPGA 챔피언십 1라운드 17번 홀이다.
한진선은 “운도 운이지만 샷감이 정말 좋을 때 나오더라”면서 “작년에 홀인원을 했을 때도 ‘한번 홀인원 할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샷감이 좋았는데, 실제로 나왔다”며 미소 지었다.
첫 승을 달성하기 전까지 몇 차례 우승 기회를 놓친 한진선은 한때 ‘독기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누구보다 간절하게 우승을 바랐다. 그는 “6년이라는 시간이 나에겐 길었다. 우승을 놓친 적이 많아 아쉬움도 컸고, 과연 ‘내가 우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하지만 자신을 향한 의심을 우승으로 지워냈고 매 경기 우승 경쟁에 뛰어드는 선수로 성장했다. 한진선은 “언제든 우승권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좋은 흐름이 이어졌다”며 “매 순간 심장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챔피언조 경험들이 멘털 관리에 도움이 된다. 확실히 경험치를 무시 못 한다”고 밝혔다.
내달 3일 미국 전지훈련을 떠나 본격적으로 2024시즌 준비에 나서는 한진선은 “중학교 1학년 때 골프를 시작해 남들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조금씩 꾸준히 성장했다”며 “한 번에 우뚝 서기보다는 한 단계씩 올라간다는 생각으로 정규투어에 데뷔했고, 우승까지 했다. 돌이켜보면 조금씩 계속 성장 중인 것 같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