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치단체 다시 부활하나”… 제주 행정체제 개편 권고안 확정

입력
2024.01.17 14:53
행개위, 시군 기초자치단체 도입 및 3개 행정구역 설치안 제출 道, 올 하반기 주민투표 추진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제주 행정체제 개편 공론화 과정이 마무리됐다.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이하 행개위)는 17일 공론화 결과를 토대로 마련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대안을 제주도에 제출했다. 하지만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안 확정을 위한 주민투표와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정부 설득 등 과제가 산적해 있어 행정체제 개편 실현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행개위는 이날 오전 오영훈 제주지사에게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대안으로 ‘시군 기초자치단체 도입 및 3개 행정구역(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설치’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박경숙 행개위 위원장은 이날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학술연구와 도민 경청회·여론조사, 도민 참여단 숙의토론 등을 종합해 권고안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행개위의 권고안은 △지난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폐지된 시군 기초단체를 재도입하고 △현행 2개 행정구역(제주시·서귀포시)을 3개(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로 개편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회의원 선거구를 기준으로 하면 제주을 선거구는 동제주시, 제주갑은 서제주시, 서귀포는 서귀포시가 된다.

행개위는 최종 권고안과 함께 △행정구역 명칭에 대한 도민 의견 수렴 △중장기적 청사 설립 방안 고려 △도의회와 소통 강화 △도서·경계지역 도민 의견 수렴 뒤 행정구역 결정 △주민자치 강화 △추후 기관 구성 다양화 등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추가 의견도 제시했다.

박 위원장은 “행개위는 행정체제 개편 논의에서 도민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를 최대한 듣고 대안에 반영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며 “1년 5개월 동안 보여준 도민들의 관심과 열정이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으로 이어져 새로운 지방분권 시대를 열고 도민 행복지수를 높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행정체제 개편 논의 과정 중 주요 과제로 뽑혔던 공론화 과정이 마무리되고, 최근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해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행정체제 개편 논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에 제주도는 올해 하반기 중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빠르면 2026년 지방선거 때부터 개편된 행정체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주민투표 과정에서 도민 공감대 형성과 기초자치단체 재도입을 위한 정부 설득 등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남아 있어 도의 계획대로 행정체제 개편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에 앞서 국회는 이달 9일 본회의에서 제주도의 행정체제 개편 여부를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를 통해 도는 현재 단일광역체제인 제주특별자치도에 기초자치단체를 포함한 제주 상황에 맞는 행정체제 개편을 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한편 제주도 행정체제는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기초자치단체였던 4개 시·군(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이 사라지고 단일광역체제(제주도)로 개편됐다. 또 법인격이 없는 2개 행정시(제주시·서귀포시)가 도입됐다. 행정시장은 선거를 통해 주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고 제주지사가 임명한다. 이로 인해 도지사 권한 집중과 행정시의 권한 약화, 풀뿌리 민주주의 퇴행 등의 문제점이 지적돼 그동안 수차례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이뤄졌지만, 논란만 키우고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김영헌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