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미국에서는 병원 등에서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했다. 하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가 부쩍 높아졌다고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2주 동안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전주 대비 16% 이상 늘어나 2만9,000명을 넘겼다. 중국도 춘제를 앞두고 코로나19 재확산이 예상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내에서도 연말연시 확진자가 2주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고 하니 불안하다. 해외에서 확산 중인 JN.1과 BA.2.86(피롤라) 변이 검출률이 급증하고 있다고 하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 화이자는 팍스로비드와 달리 병용금기약물이 거의 없는 새로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임상시험에 몰두하고 있다. 일본 시오노기도 조코바의 부작용 등을 대폭 줄인 새 치료제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두 나라의 발 빠른 행보는 코로나19가 변이를 통해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존 치료제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로 눈을 돌리면 한숨이 나올 정도다. 미일이 새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는데 보건당국은 외국산 치료제 단 2종만 확보해 놓고선 '치료제는 충분하다'고 장담한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할 경우 값비싼 외국산 치료제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팍스로비드 가격이 대폭 인상되고, 라게브리오는 해외에서 퇴출 중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화가 날 지경이다.
게다가 국산 치료제 긴급사용승인 문제를 놓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청이 책임 미루기식 '핑퐁게임'을 벌인 정황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황당할 따름이다. 식약처가 국산 치료제의 긴급사용승인 사전검토를 놓고 9개월여 동안 허송세월하다가 원점으로 되돌려 놓았다는 얘기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국산 신약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했다는 긴급승인제도 특별법 취지에도 어긋나는 처사다. 식약처가 외국산 치료제는 긴급승인 사전검토를 했다고 하니 국산 신약 '역차별'이란 비판도 면하기 어렵다. 차제에 정부가 그동안 소문대로 제약 카르텔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꼭 밝혔으면 한다.
윤석열 정부는 제약주권 확립과 바이오 강국 도약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는 국산 치료제 승인을 보면, 우리 보건당국이 행여 '제약 사대주의'에 빠진 건 아닌지 걱정이다. 보건당국 일각에서 '코로나19는 이제 긴급성이 떨어진다'고 얘기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식약처와 질병청이 지금도 외국산 백신 긴급승인과 구매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제약 사대주의에서 탈피하지 않는 한 제약주권 확립은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