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심의위 "이태원 참사 관련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기소해야"

입력
2024.01.15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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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소 의견냈던 검찰 최종 결론 주목
최성범 전 용산소방서장은 불기소 의견

이른바 ‘이태원 참사’ 실무 책임의 가장 윗선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기소해야 한다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판단했다. 반면, 최성범 전 서울 용산소방서장에 대해선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15일 이태원 참사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공소제기 의견을 의결했다. 심의에 참여한 위원 15명 중 9명이 공소제기 의견을, 6명이 불기소 의견을 표명했다.

김 청장은 참사 전 핼러윈 인파가 밀집됐다는 보고를 받고도 기동대 배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단행된 인사에서 김 청장을 유임하면서 그에게 책임을 물 수 없다는 시그널을 공표했다. 앞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지난해 1월 김 청장을 기소 의견으로 서울서부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던 것과 다른 의견이다. 하지만 결국 수심위는 김 청장을 기소해야 한다는 입장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수심위는 이날 김 청장과 함께 같은 혐의로 안건에 부쳐진 최 전 서장에 대해선 거의 일방적으로 불기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5명의 위원 중 14명이 불기소 의견을 피력했고,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1명에 불과했다.

권고적 효력이지만...검찰 고심 깊어질 듯

수심위 결정에 따라 이원석 검찰총장 및 검찰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당초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서부지검 수뇌부는 김 청장 및 최 전 서장에 대해 불기소해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이 총장이 고민 끝에 수심위에 직권 회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심위 의결은 권고적 효력을 가질 뿐이라 검찰이 이에 따를 필요는 없지만, 검찰 외부 인사가 다수 포함된 수심위 의결을 무시하고 기존 결론대로 사건을 처리하기엔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수심위 의결과 다르게 사건을 처리한 사례는 적지 않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위원장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 시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수사와 관련해 열린 수심위에서도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검찰은 이 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에 대해서도 수심위는 불기소 의결했지만, 약 1년간 공판 과정과 보완 수사를 통해 검찰은 백 전 장관을 추가 기소했다.

수심위 결론에 일격을 당한 서울서부지검은 “현재까지 수사결과와 대검 수심위에서 심의 의결한 내용을 종합해 증거, 사실관계 및 법리를 면밀하게 분석한 다음 최종적인 처분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이 추후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가족 측 "서부지검, 불기소 명분 없어져"

유가족 측은 수심위의 결론에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며 환영 입장을 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위원들이 편향되지 않은 객관적 사고로 결론을 내려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서부지검은 김 청장을 불기소할 명분이 더 이상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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