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민간 기업이 622조 원을 투입한 세계 최대·최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경기 남부 일대에 만든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인프라·투자 환경 조성, 반도체 생태계 강화, 초격차 기술 및 인재 확보 등을 통해 힘을 보탤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세계 최대·최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 클러스터는 경기 평택·화성·용인·이천·안성·성남 판교·수원 등 경기 남부의 반도체 기업과 관련 기관이 몰려 있는 지역을 가리킨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3월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계획'을 통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용인시를 뽑았다.
이날 발표에선 클러스터의 구체적 방향이 나왔다. 현재 19개의 반도체 생산 공장(팹)과 2개의 연구팹이 모여 있는 클러스터에 2047년까지 생산팹 13개, 연구팹 3개 등 총 16개의 팹이 새로 들어선다. 삼성전자는 당초 용인 국가산단에 300조 원을 들여 5개의 첨단 반도체 제조 공장을 지으려던 계획에서 1개를 더 추가하는 등 용인 국가산단·평택 일반산단·기흥 연구개발(R&D) 센터에 총 500조 원을 투입한다. SK하이닉스는 용인 일반산단에 122조 원을 투자한다.
메가 클러스터 면적은 여의도의 7배에 달하는 2,100만 ㎡ 정도로 예상된다. 2030년 월 770만 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다. 정부는 이 클러스터 건설을 통해 약 650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346만 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관 소재·부품·장비 기업, 공공 반도체 연구소, 팹리스,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 등 메가 클러스터에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최첨단 메모리 생산과 2나노미터(㎚) 이하 공정 기반 시스템반도체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올해 반도체 수출 1,200억 달러, 민간 투자 60조 원 이상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민간과 함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에 나선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과 맞물려 있다. 반도체 산업은 설계·디자인·후공정 등으로 나눠져 전·후방 밸류 체인과 연계가 중요한데 최근 미국, 대만 등 주요국들이 각종 보조금과 세액공제 정책을 통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경쟁에 나서면서 우리나라도 반도체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①인프라·투자환경 ②생태계 ③초격차 기술 ④인재 등 4대 중점 과제를 통해 지원 사격에 나선다. 반도체 공정에 대규모 전력과 용수 공급이 필수적인 만큼 인허가 타임아웃제 등 신속 처리 절차를 총동원해 투자 지연이 일어나지 않게 관리할 방침이다. 아울러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을 통해 송전선로 건설 기간을 30% 이상 줄일 예정이다.
지난해 반도체 투자세액 공제를 25%까지 확대한 데 이어 현재 22개인 반도체 세액공제 대상 기술을 늘려 매력적 투자 환경을 조성한다. 현재 30% 수준인 공급망 자립률을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리고 현재 4개에 불과한 매출 1조 원 이상 소부장 기업을 1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3년 동안 24조 원 규모의 대출·보증을 우대 지원하는 '반도체 생태계 도약 프로그램'을 통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산업을 키워 글로벌 50대 기업 중 10개를 한국 기업으로 채운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이 밖에도 판교, 수원, 평택을 중심으로 국내외 반도체 연구 인프라의 연계 협력 체계를 구축해 초격차 기술 R&D를 지원하는 한편 판교에선 메모리 반도체 역량을 활용해 203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저전력·고성능 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실증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미래 반도체 산업을 이끌 인재 양성과 해외 인재 유치에도 나서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