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 움직임이 활발하다. 거대 양당 틈새를 비집고 제3지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데 문제는 막대한 돈과 사람이다. 이에 수천 명의 당원을 동원해 세를 과시하던 예전과 달리 온라인 위주의 '저비용 고효율' 추세가 뚜렷하다. 창당 절차와 비용, 변화된 양상을 살펴봤다.
창당은 준비위원회(창준위) 결성과 시·도당, 중앙당 등록의 절차를 거친다. 창준위는 200명 이상, 시·도당은 5곳에 각각 1,000명씩 총 5,000명 이상을 모아야 한다. 시·도당에 이어 중앙당을 창당하면 된다.
관건은 당원 모집과 중앙당 창당대회다. 돈이 가장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종이로 입당원서를 받던 시절에는 발로 뛰어다닐 '인건비' 부담이 컸다. 식사비 등 부대비용 지출도 상당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14일 "알음알음 사람을 쓰는 경우도 있다"며 "일당 10만 원 정도로 고용하는데 하루에 20~30명을 모아 오더라"고 전했다. 당원 모집에만 수천만 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금이 여의치 않아 월남전 참전 유공자 명단을 도용해 가짜 입당원서를 제출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과거 신당은 '보여주기'에 주력했다. 그래서 창당대회에 수억 원을 들였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창당한 국민의당, 2017년 대선을 맞아 결성한 바른정당의 경우 각각 대전 한밭체육관,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었다. 행사비용으로 무대 설치와 음향 장비 대여, 대관료 등을 합쳐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이 든다고 한다.
'버스 대절'도 필수다. 창당 작업에 정통한 인사는 "45인승 버스 1대에 당원 40명이 탔다고 가정하면 대절료에 밥값까지 200만~300만 원 정도 든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4,000명을 동원하면 2억~3억 원이 필요한 셈이다. 우리공화당(당시 대한애국당)의 경우 2017년 7월~9월 당원 모집, 창당대회 비용 1억2,740만 원을 포함해 총 3억694만 원을 지출했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이처럼 몸집을 과시하던 '매머드 창당'이 사라지고 있다. 온라인 당원 모집과 행사 간소화로 달라졌다. 신당에 참여하는 현역 의원이 적다 보니 선관위 보조금을 받지 못해 자금난에 처한 현실적 이유도 감안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퍼진 데다 대규모 행사의 효용성이 떨어져 굳이 세 과시에 나설 필요가 없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주축인 개혁신당이 대표적이다. 대중 인지도를 앞세워 온라인 공간에서 6만 명 넘는 당원을 모았다. 이 전 대표는 통화에서 "당원 모집 홈페이지도 자체 제작해 사실상 들어가는 비용은 서버 호스트 비용 월 7만 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건당 10원가량인 당원 대상 문자 메시지를 최소화하고 주로 대량 발송 이메일을 쓰는데 이 경우 한 건당 0.5원이면 충분하다. 6만 명에게 문자를 보내면 60만 원이 들지만, 이메일로는 3만 원이면 족하다. 개혁신당은 그간 당원 대상 문자 메시지를 두 차례 보내, 비용이 120만 원 정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창당대회 규모도 대폭 줄였다. 시·도당 창당대회는 비공개 약식으로 진행하고, 중앙당 창당대회는 돈이 들지 않는 국회 의원회관을 이용하는 추세다.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희망,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선택 모두 의원회관에서 창당대회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의 '미래대연합' 발기인대회도 마찬가지다. 개혁신당 또한 20일 창당대회를 의원회관에서 연다. 한 신당 관계자는 "유튜브를 통해 창당대회가 다 생중계되는 시대에 굳이 많은 돈을 들여 대규모 창당대회를 열 필요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다만 제도가 변화하는 트렌드에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호희 새로운선택 사무총장은 "온라인으로 당원을 모집해도, 나중에 다시 당원에게 서류를 받아 복사해서 보내야 한다"며 "요즘은 휴대폰으로도 본인 인증이 되는데,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하면 더 복잡해지는 이상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기성 정치는 여전히 고비용 구조다. 주요 정당이 입주한 여의도 빌딩의 경우 보증금은 3억~5억 원, 임대료는 월 2000만~3000만 원에 달한다. 당직자 10명 보수로 300만 원만 잡아도 월 3,000만 원이 든다. 군소 신당들은 상근 직원을 최소로 줄여 비용을 절감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 크게 늘려야 한다.
이에 신당에 참여할 현역 의원의 가치가 치솟고 있다. 정당 보조금을 교부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2월에 120억 원대의 경상 보조금, 3월에는 500억 원에 가까운 선거 보조금을 지급한다. 의원 20명 이상인 교섭단체가 우선이고 다음으로 현역 의원 수, 직전 선거의 득표율을 반영해 나눈다. 거대 양당을 제외하면 2020년 총선 당시 민생당(20석)은 79억 원, 미래한국당(20석)은 61억 원의 선거 보조금을 받았다. 8석이던 더불어시민당은 24억 원, 6석인 정의당은 27억 원을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