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親)미국·독립' 성향 집권당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된 사실을 두고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만과의 협력 강화로 중국 견제를 강화할 수 있게 된 만큼, 이번 선거 결과를 내심 반기면서도 애써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떠나기 전 대만 총통 선거 결과에 대해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라이칭더 승리'와 관련해선 즉답을 피하며 마치 민진당과 선을 긋는 듯한 언급이자, 대만 독립을 주장해 온 라이 당선인으로선 힘이 빠질 법한 발언이다.
그러나 이는 그간 대만관계법에 따라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고 양안 관계의 일방적 변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바이든 행정부의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것에 가깝다. '현상 유지'에 초점을 맞춘 외교적 수사라는 얘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미국은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있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로선 11월 대선을 앞두고 굳이 중국과 불편한 관계를 만들기보단, '현상 유지'를 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5월 라이 당선인의 총통 취임을 앞두고 중국이 무력 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을 향해 '서로 자제하자'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유이기도 하다. 영국 가디언은 "라이 당선인은 (선거 기간)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겠다고 약속했다"며 "도발을 피하면서 미국이나 동맹국과의 외교 관계를 강화하는 '신중한 정당'인 점을 강조했다"고 짚었다.
미국은 '표정 관리'를 하면서도 선거 결과에 의미를 부여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 정부는 라이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한다"며 "미국은 (대만과의) 오랜 비공식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라이 당선인과 대만 내 모든 정당 지도자와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미중 간 대리전'으로 불린 이번 선거에서 미국이 이겼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부각한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힘을 보태고 있는 유럽연합(EU)과 영국, 일본도 선거 결과를 환영했다. 호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성명을 통해 "민주적 행사에 참여한 모든 대만 유권자에게 축하를 건넨다"며 "EU는 대만해협 긴장 고조를 여전히 우려하고, 현상을 바꾸려는 일방적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도 "대만의 활기찬 민주주의를 보여 준 증거"라고 말했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장관은 라이 후보 당선 확정 직후 성명을 내고 "민주적 선거 실시와 그의 당선을 축하한다"며 "대만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 지역 평화·안정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