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남 교류 기구 정리를 공식화했다. 50년간 이어온 대남 라디오 방송 '평양방송' 송출도 전면 중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로, "대한민국은 주적"이라고 공언한 이후 취해진 후속 조치다.
13일 노동신문은 전날 열린 '대적 부문 일군들의 궐기모임'을 보도하며, "지난 시기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을 위한 연대기구인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민족화해협의회, 단군민족통일협의회 등 우리 관련 단체들을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는 한국에 각각 남측위원회와 남측본부를 둔 통일운동 민간 단체다. 노동당 외곽 단체인 민족화해협의회는 한국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지속적으로 교류해왔으며, 단군민족통일협의회 역시 민족의 정통성과 통일을 다뤄온 단체다. 민간 대남 기구를 정리하겠다는 것은 남한을 무력 통일을 위한 평정의 대상으로 기조를 세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대남 선전 사이트도 손을 봤다. 12일 대남 선전 및 심리전에 활용했던 라디오 방송인 '평양방송'과 '통일의 메아리' 방송을 끊었다. 특히 평양방송은 남파 간첩에게 난수(亂數)를 읽어 지령을 전달한 것으로 유명하다. 방송 외에도 우리민족끼리, 조선의 오늘, 려명 등 대남선전매체의 홈페이지 접속도 차단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북한의 적대적 전환을 핵 능력 강화와 연관해 해석한다. "남북관계를 적대국으로 규정해야만 한국을 향해 핵을 쏠 수 있는 정당성이 생긴다"(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최근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신형전술유도무기 현장 지도에 나서 '대한민국 초토화'를 언급했다"며 "이는 유사시 한국에 이 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2~4월, 8~9월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명분 삼아 전술핵무기 보유를 과시하는 미사일 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