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뭉치자"... 스타트업계 한인 1000명, 실리콘밸리 모였다

입력
2024.01.13 17:14
미국 최대 규모 한인 스타트업 행사
실리콘밸리 '82 스타트업 서밋' 개최
참석자 지난해 600여명서 크게 늘어


1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육성 공간 플러그앤플레이. 1층 이벤트홀에 들어서자 1,000개에 가까운 객석이 가득 차 있었다. 객석의 양 옆, 뒤에 서서 보는 사람들도 많아 내부 진입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이날 플러그앤플레이에선 미국 최대 규모의 한인 스타트업 컨퍼런스인 '82 스타트업 서밋'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활동하거나 미국에 관심 있는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들, 투자자 등으로 다양했다. 이날까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참석 일정을 마치고 바로 왔다는 이들이 많았고, 이 행사 참석만을 위해 한국에서 날아왔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82 스타트업은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둔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의 이기하·김광록 공동대표, 김희지 미백 대표 등이 2018년 만든 한인 창업자 모임이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중국이나 인도, 이스라엘계처럼 한인들끼리도 활발하게 소통하고 상호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이 모임을 만들었고, 매년 초 실리콘밸리에서 오프라인 행사인 82 스타트업 서밋을 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3년 만에 부활한 지난해 서밋엔 600여 명이 참석했는데, 올해는 1,000여 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도 참석했던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작년에도 행사 규모를 보고 놀랐는데 올해는 훨씬 더 커졌다"며 "한인끼리 정보를 나누고 교류하는, 이런 자리에 대한 갈증이 그만큼 큰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행사엔 윤풍영 SK C&C 대표, 이수진 야놀자 대표, 정세주 눔 의장, 안익진 몰로코의 대표 등이 연사로 나섰다. 안익진 대표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국계 설립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가운데 가장 큰 가치를 평가받게 되기까지의 성장 전략을 공유했고, 이수진 대표는 단기간에 회사가 급성장했을 때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와 프로젝트별 평가 등을 도입해 기업문화를 혁신했던 경험 등을 소개했다.

이진형 스탠포드 교수 겸 스타트업 엘비스 창업자·유지훈 하이퍼센스 공동창업자·류기백 파운틴 공동창업자는 스타트업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주제로, 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윤태중 알토스벤처스 파트너·이현송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대표 등 3명은 글로벌 투자 성공과 실패 경험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이주환 스윗 대표·김성겸 블라인드 공동창업자·이승훈 링글 공동대표는 한국과 미국에서 '따로 또 같이' 일하는 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인 설립 스타트업들의 부스와 발표도 관심을 모았다. 비거라지·노타AI·오름테라퓨틱·베지 등은 피칭을 통해 회사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고, 칼리시·에버엑스·트립소다 등은 부스를 꾸리고 참석자들을 만났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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