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으로 개를 기르는 농장에 처음 가본 건 2015년이다. 충남 서산에서 1,000여 마리의 개를 기르는 대형 농장이었다. 9년 전임에도 여전히 농장 속 개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뜬장 속 새끼 두 마리를 품에 안고 밖을 바라보던 도사혼종견 엄마개의 눈빛이 애처로워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아리다. 옆에는 자신들의 운명을 모르는 엄마 젖을 뗀 강아지들이 다가가자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 그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적어도 개농장주들이 주장하는 "반려견과 식용견이 다르다"는 게 사실이 아니라는 점은 사람들에게 꼭 알려야겠다고 다짐했던 게 전부였다. (☞관련기사: 식용 아닌 반려동물로... 도사견들 새 둥지 틀다)
이달 9일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도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 식용 금지법을 놓고 워낙 논란이 있어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였던 것도 사실이다. 동물단체 활동가들로부터 "생전에 개 식용 금지가 되는 걸 보다니 감격스럽다"는 얘기도 들었다.
개 식용을 둘러싼 논쟁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1924년 7월 20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초복입니다'라는 기사를 통해 무려 100년 전부터 개 식용을 비판한 해외의 시선에 대해 반감이 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관련기사: 이승만 정부 때 '개장국' 판매 금지했었다고?)개식용 논란 100년의 역사1954년 이승만 대통령 시절 '개장국' 판매를 금지했다가 1960년대 들어 장려되는 분위기가 확산됐고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개 식용에 대한 규제가 또다시 강화됐다.
법적으로 보면 1963년 축산법 제정 당시 '개'를 가축으로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1973년에는 가축에 개를 포함시켰다. 1975년에 축산물가공처리법(현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개를 가축의 범위에 포함시켰으나 국내외의 반발이 거세자 1978년에 다시 제외했고 지금까지 개 사육은 가능하되 도살∙유통은 사각지대에 놓이는 상황이 이어져왔다. (☞연관기사: 개고기가 되지 않을 자유 [고은경의 반려배려])
그간의 논쟁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2001년 MBC 라디오에서 손석희씨와 영화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의 말다툼을 빼놓을 수 없다.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을 야만인"이라고 발언한 바르도에게 손씨가 "문화적 상대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라고 지적한 것이다.
개 식용 문제를 해외의 시선에 의해 결정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지금도 한편에서는 "전통문화다", "먹는 자유를 침해한다"라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문화가 상대적이라는 것이 '모든 문화가 옳다'는 것을 뜻하는 건 아니다. 또 열악한 환경에서 길러지며 잔인하게 불법으로 도살되는 동물을 먹는 것을 전통이라는 이유로 유지할 필요도, 선택권을 줄 이유도 없다.
2027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식용으로 길러지는 개가 사라지게 된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쁘다. 이제라도 개 식용이 금지돼 다행이다. 그러나 정부 추산 1,156개 농장에서 식용으로 길러지는 52만 마리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농장주와 식당주인 등의 전업을 지원하는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 또 지금부터는 개 식용 관련 단골 질문인 "소, 돼지, 닭은?"에 대해서도 보다 활발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개 식용 금지법 통과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