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두른 용병

입력
2024.01.13 04:30
19면
스포츠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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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은 이마와 머리에 두르는 이슬람 전통 여성 의복이다. 얼굴만 내놓고 몸을 둘러싸는 것은 '차도르'이다. 얼굴을 포함하여 전신을 감싸는 것은 '부르카'라고 부른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여성의 신체 노출 금지가 원칙이다. 그 이유는 이슬람 경전인 '꾸란'에서 설명한다. 신체 노출을 금지하여 순결을 지킨다는 내용이다. 그 설명의 논리적 판단은 개인의 몫으로 남겨둔다. 어쨌든 이슬람 복장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

올해 V리그(프로배구) 여자부에 히잡을 두른 용병이 등장했다. 아시아 쿼터제에서 전체 3순위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에 지명된 '메가'(Megawati Pertiwi)이다. 그는 인도네시아 출신 무슬림이다. 일단 그의 복장이 관심을 끌었다. 실력 또한 출중했다. 1라운드 공격종합 2위, 득점 4위를 기록하며 여자부 MVP에 선정되었다. 독특한 복장에 실력까지 겸비하며 많은 팬이 생겼다.

메가는 아시아 쿼터제가 낳은 최고 스타이다. 이 제도는 아시아 국적 용병을 추가 선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프로배구에서는 이번 시즌부터 도입했다. 저렴한 연봉으로 좋은 선수를 쓸 수 있고 K스포츠의 시장을 넓힐 수 있다.

좋은 선수의 영입은 구단의 전력 강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 명의 좋은 선수(One-Source)를 활용하면 다양한 마케팅(Multi-Use)을 펼칠 수 있다. 원소스멀티유즈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프로야구(MLB)이다. MLB 구단은 여러 국가의 다양한 매체와 중계권 계약을 맺을 수 있다. LA 다저스가 박찬호, 류현진 같은 우리나라 선수를 선호하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MLB에 진출한 우리 선수의 경기를 중계하려면 국내 방송사는 해당 구단과 중계권을 계약해야 한다. 그래서 MLB 구단이 한국인 선수를 영입하면 전력 보강뿐 아니라 중계권료 수입이 추가로 발생한다. 철저한 비즈니스 모형이다.

인도네시아는 2억7,000만 명의 인구 대국이다. 메가는 그 나라의 국가대표 선수이다. 인도네시아 국민은 배드민턴 다음으로 배구를 좋아한다. 게다가 한류 열풍은 갈수록 뜨겁다. 한국 제품의 선호도 역시 뚜렷하다. 이 정도면 인도네시아에서 메가를 활용할 수 있는 스포츠 마케팅의 모든 여건을 갖춘 셈이다.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는 프로스포츠 구단이다. 모기업인 한국인삼공사는 '메가 비즈니스'를 추진해 볼 만하다. 프로배구가 겨울철 실내 스포츠의 꽃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비즈니스 모형 생성이다.


조용준 스포츠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