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최대 규모 공격에…“미국, 예멘 본토 타격도 고려”

입력
2024.01.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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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내 후티 미사일·드론기지 공격 검토”
백악관 “선박 보호 위해 해야 할 일 할 것”
가자전쟁 확전 위협에도… 공세 전환 관측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돕는다며 홍해 선박을 공격하는 예멘의 친(親)이란 후티 반군 무력화를 위해 근거지를 직접 타격하는 방안을 미국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중동 분쟁 확대를 우려해 전면적 대응은 자제해 왔지만, 자국 선박을 향한 대규모 공격이 현실화한 이상 전략을 바꿀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후티 반군이 예멘에 둔 미사일·드론 기지, 고속정 정박 시설 등을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예멘 본토를 향해 선제공격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 후티 반군 역시 미군의 타격을 예상해 군사물자를 옮겨놓는 등 시설을 요새화했다고 전했다.

미군이 직접 타격을 고려하게 된 계기는 하루 전 후티 반군이 감행한 대규모 공격이다. 후티 반군은 예멘 항구도시 호데이다와 모카 인근 홍해 남쪽에서 미국 선박을 향해 드론 18대와 순항 미사일 2발, 대함 미사일 1발 등을 쐈다. 현지에 배치된 미국과 영국 함정이 이를 모두 격추했고 사상자는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19일부터 홍해에서 민간 상선을 공격하기 시작한 후티 공격 중 26번째이자 최대 규모였다.

후티 군사 조직 대변인인 야히야 사리는 TV 연설에서 “이번 작전은 후티 반군 대원 10명을 사망하게 한 미국의 공격에 대한 초기 대응”이라고 밝혔다. 미군은 지난해 12월 31일 컨테이너선을 공격하는 후티 반군 고속단정 3척을 침몰시키고 대원 10명을 사살했다. 이번 공격이 이에 대한 보복 차원이라는 주장이다.


미국은 즉각 반응했다. 중동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후티의 행동에는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부 장관도 가세해 “이런 일이 계속되도록 둘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등이 후티 반군 근거지 공격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직접 타격 계획 질문에는 답하지 않으면서도, “홍해에서의 선박 보호를 위해 해야 할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미국은 후티 반군에 대해 공세적인 움직임은 자제해 왔다. 예멘이 오랜 내전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 가자지구 전쟁이 중동 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 등에서다. 대신 다국적 연합 해군 ‘번영의 수호자 작전’ 창설로 후티 반군을 압박했다. 하지만 후티 반군의 위협이 자국 선박까지 미치게 되자 미국도 군사 대응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후티 반군을 향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연일 높아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10일 후티에 모든 종류의 공격 행위를 즉각 중단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에는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11국이 찬성했다. 올해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활동을 시작한 한국도 찬성표를 던졌다. 러시아 중국 모잠비크 알제리 4개국은 기권했다.

위용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