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주요 부품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대표들이 미래 먹거리로 자동차를 꼽았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모듈 제작 등에서 성과를 만들어 온 두 기업이 새로운 정보기술(IT) 기기로 떠오르는 모빌리티 영역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10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4'가 열리고 있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모빌리티·로봇·AI 서버·에너지 등 미래 산업 구조로 전환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신사업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장 사장은 특히 모빌리티 시장을 강조했다. 그는 "전장(電裝·자동차 내 전자장치)과 자율주행 등 자동차의 혁신이 IT와 접목해서 일어나기 때문에 부품사 입장에서는 가전과 스마트폰을 잇는 새로운 IT 플랫폼이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①삼성전기의 주력 제품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가 자동차에 대거 들어갔고 ②자율주행을 돕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위해 차세대 반도체 기판이 들어가며 ③차량을 둘러싼 카메라의 수도 늘어난다. 장 사장은 "플라스틱과 유리 렌즈의 장단점을 결합해 열과 충격에 내성이 강한 '하이브리드 렌즈'를 2025년부터 양산해 전장 카메라 시장에서 선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도 전시 부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율주행 센싱 솔루션을 글로벌 1등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초정밀 모듈 및 광학설계 기술을 갖췄고 축적된 양산 경험이 있다"며 "이를 자율주행 영역으로 확장해 카메라는 물론 감지와 제어 기술까지 융복합한 솔루션을 고객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대표는 올해도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장 사장은 지난해 삼성전기의 실적이 부진했다는 지적에 "쉽지 않은 한 해였다"면서 "부품사 특성상 모든 산업군의 고객을 만나는 데 자동차와 AI 서버를 제외하고는 굉장히 시장이 안 좋았다"고 돌이켰다. 그는 다만 "올해는 이제 더 이상 나빠지진 않을 것이란 희망적인 인식이 많아 지난해보다는 낫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올해가 2023년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PC나 스마트폰 시장에서 '온디바이스 AI(기기 자체에서 AI를 구현하는 기술)' 때문에 교체 수요가 늘어 경기 대비 성장해 준다면 우리도 같이 성장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난해만큼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