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윤석열 정부가 취임한 지 만 3년 차에 접어드는 해이자 총선이 치러지는 해이다. 신년을 맞아 발표된 주요 여론조사 결과 및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동 진행하는 전국지표조사(NBS)의 결과를 분석해 윤 정부 국정지지율의 특징과 한계를 정리해봤다.
2024년 새해를 맞아 발표된 주요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공통적인 흐름이 확인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4월 총선에서 지지할 정당을 묻는 질문에도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사람과 국민의힘을 지지하겠다는 사람이 큰 차이 없이 맞서며, 유권자 3명 중 1명은 아직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각각의 조사마다 다소간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정부·여당을 견제 혹은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이 정부·여당을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을 앞서고 윤석열 대통령 국정지지율 또한 30% 중반대에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선에서 유리한 구도적 조건을 더불어민주당이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신년여론조사에서는 정부·여당 심판론을 지지하는 사람이 전체의 52%, 야당 심판론을 지지하는 사람이 48%로 비등하며 정부·여당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에 모두 동의하는 사람도 22%로 적지 않다. 윤 정부와 국민의힘에 대한 불신만큼이나 민주당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6일, 27일 전화면접방식으로 조사.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이번 총선이 윤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프레임 내에서 치러질 경우, 국민의힘이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단기간 내 크게 반등하기 쉽지 않은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때문이다.
전국지표조사 기준 54%라는 양호한 성적(2022년 6월 1주 차 조사)으로 시작한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이후 빠르게 추락했다. 2022년 7월 둘째 주에는 33%까지 떨어졌다.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 지속, ‘취학 연령 하향’ 혼선과 박순애 교육부장관 사퇴,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중부지방 집중호우 등 악재가 겹친 2022년 8월 둘째 주에는 국정운영 부정평가가 65%에 달해, 긍정평가(28%)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기도 했다. 이후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2022년 11월 5주 차 이후 지난해 말까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정지지율은 32~38% 사이를 오가며, 좀처럼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국정운영 부정평가는 51~60%에 달한다.
주목해 봐야 할 부분은 평가의 질이다. 전국지표조사는 국정운영평가를 물을 때 척도형 보기를 제시한다(매우 잘하고 있다, 잘하는 편이다, 잘못하는 편이다, 매우 잘못하고 있다). 그리고 앞의 두 개를 더해서 ‘긍정평가’, 뒤의 두 개를 더해서 ‘부정평가’로 간주한다. 그런데 ‘부정평가’로 합쳐진 ‘잘못하는 편이다’와 ‘매우 잘못하고 있다’를 나눠서 살펴보면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의 한 가지 특징이 확인된다. ‘잘못하는 편’이라고 평가하는 연성 부정평가자보다 ‘매우 잘못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하는 강성 부정평가자(극안티층)가 더 많다는 것이다.
극안티층이 단단히 버티고 있으면 지지율 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동력도 떨어진다. 극안티층은 여간해서는 반대 의견을 거두지 않는 강경한 비토층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처음으로 30%(33%)대로 떨어진 2022년 7월 2주 차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10명 중 3명(30%)이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매우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후 2023년 12월까지 진행한 38번의 조사에서, 각 조사별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의 평균은 35%에 달한다. 같은 기간 ‘잘못하는 편’이라고 답한 연성 부정평가자의 평균은 22%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불만을 가진 사람 중에서 60% 이상이, 그리고 전체 유권자 3명 중 1명 이상이 윤 대통령에게서 마음이 완전히 돌아선 극안티층인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신년 여론조사에서도 이어진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신년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운영 부정평가는 58%였는데, 특히 36%는 ‘매우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다른 주요 신년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극안티층은 40%를 넘나든다(KBS-한국리서치 38%, MBC-코리아리서치 38%, SBS-입소스 45%, TV조선/조선일보-케이스탯리서치 40%, 중앙일보-한국갤럽 38%).
이는 전화면접 조사방식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그리고 이전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평가와 비교해 볼 때도 이례적이다. 면접원이 직접 전화를 해서 응답을 받고 5회 이상 재접촉을 시도하는 전국지표조사는 정치에 관심이 적은 사람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가 강하지 않은 사람들도 폭넓게 조사에 참여하는 특징이 있다. 여기에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강한 의견을 내보이는 것을 주저한다는 일반적인 특성이 더해져 ‘매우 잘한다’, ‘매우 잘못한다’라는 양극단의 응답보다는 ‘잘하는 편’, ‘잘못하는 편’ 같은 응답이 더 높은 것이 보통이다. 이전 문 정부 또한 양 진영 간 평가가 극명하게 달랐고, 지지층과 비지지층이 명확히 갈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7월부터 임기 말까지 문 정부 극안티층의 비율은 평균 25%로, 윤 정부 극안티층 대비 10%포인트 낮았다.
윤 대통령의 높은 극안티층 비율은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예상되는 수도권 및 중도·무당파라고 다르지 않다. 먼저 서울에서, 2022년 7월 이후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매우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사람의 비율은 평균 36%이다. 인천·경기는 이보다 높은 39%이다. 최근 6개월로 한정해봐도 서울 35%, 인천·경기는 38%이다. 지역구 의석 절반가량이 걸려 있는 수도권의 유권자 3명 중 1명 이상이 윤 대통령의 강한 비토층인 셈이다.
중도·무당파의 평가도 좋지 않다. 2022년 7월 이후 자신의 이념성향을 ‘중도’라고 밝힌 사람들 중 윤 대통령의 극안티층은 평균 39%이며, 최근 6개월로 한정하면 40%로 더 높아진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사람 중에서도 34%가 극안티층으로 분류가 된다.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이에 이번 총선의 프레임이 윤 정부에 대한 평가에서 ‘이재명 대 한동훈’이라는 미래 권력의 평가로 전환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으로 흐를 가능성이 아직까지는 더 높아 보인다. 이번 총선이 윤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채 돌기도 전에 치러지며,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수직적 당정관계를 바꿔나갈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위원장은 김건희 특검법을 ‘총선용 악법’이라 규정하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힘을 실어주었다.
국민의힘이 대통령실과의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혹은 극안티층의 마음까지 돌릴 정도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을까? 둘 다 쉽지 않은 과제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리해 향후 안정적인 국정운영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총선까지 남은 석 달여 동안 정부여당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총선의 결과와 이후 전개되는 정국의 양상은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다.
※ 기사에 언급한 전국지표조사 및 주요 언론사 신년여론조사의 상세 내용은 전국지표조사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