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상승' 샤인머스캣, 설 선물 주인공으로…사과·배의 아성 뒤흔든다

입력
2024.01.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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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머스캣 담은 선물 세트, 물량 확대
수요 폭발에 공급량 급증, 가격도 인하
주요 과일 가격 오르면서 매력 더 부각


올해 설(2월 10일) 명절을 한 달 앞두고 백화점, 대형마트가 공통적으로 밀고 있는 과일은 단연 샤인머스캣이다. 샤인머스캣은 특히 잘나가는 과일을 판단하는 잣대 중 하나인 과일 선물 세트 구성품에서 전통의 강호 사과, 배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불과 4, 5년 전만 해도 포도 품종 내에서도 비주류였던 샤인머스캣의 놀라운 '신분 상승'이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설 명절에 대비해 소비자 수요가 큰 5만 원 이하 샤인머스캣 단품 세트 물량을 지난해 설과 비교해 50% 늘리기로 했다. 이마트는 샤인머스캣을 사과, 배와 함께 넣은 상품 역시 주력 선물 세트로 내세웠다. 롯데백화점이 선보인 소용량 과일 선물 세트에도 샤인머스캣은 빠짐없이 들어있다. 롯데백화점이 올해 내놓은 샤인머스캣 포함 과일 선물 세트 수량은 2019년보다 여섯 배 많다.



금 간 사과·배 전성시대


그 동안 명절 선물용 과일은 사과와 배 전성시대였다. 백화점, 대형마트는 사과, 배 중 하나만 담은 단일 세트 또는 두 종류를 섞은 혼합 세트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내놓았다. 제수용품인 사과, 배를 찾는 소비자가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2020년대 들어 사과, 배의 아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우선 샤인머스캣이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신상 과일로 뜬 게 한 요인이다. 일본에서 개발한 샤인머스캣이 국내 농가에 도입된 건 2016년이다. 포도 주산지인 경북 지역으로 키우기 시작한 샤인머스캣 재배 면적은 2018년만 해도 전체의 7.4%에 불과했다. 당시 포도밭은 보랏빛을 띈 캠벨얼리나 거봉을 키우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샤인머스캣은 전체 포도 재배 면적의 43.9%를 차지하는 주류로 올라섰다.

캠벨얼리 등을 재배하던 농가들이 당도가 높으면서, 씨 없이 껍질째 먹는 포도로 인기를 끈 샤인머스캣으로 갈아탄 영향이다. 공급량 증가로 떨어진 가격도 샤인머스캣의 입지를 넓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샤인머스캣 2kg 소매가는 처음 집계를 시작한 2019년 11월 3만5,000원대에서 이달 2만3,000원대로 1만 원 넘게 내려갔다.



샤인머스캣, 사과·뱃값 뛰자 더 주목


샤인머스캣은 지난해 추석 이후 명절 선물용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폭염, 폭우 등 기상 이변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사과, 배 가격이 뛴 여파다. 상대적으로 가격 안정세를 유지한 샤인머스캣이 들어간 과일 선물 세트는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비) 상품으로 조명받았다. 망고, 멜론 등이 과일 선물 세트 후발 주자로 속도를 내고 있긴 하나 아직 샤인머스캣엔 미치지 못한다.

명절 선물용 과일의 쓰임새가 달라지고 있는 점 역시 샤인머스캣을 찾는 배경이다. 샤인머스캣은 꼭 제사상에 올라가지 않더라도 가족과 도란도란 앉아 나눠 먹는 용도로 부쩍 많이 활용되고 있다. 샤인머스캣의 인기는 명절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확인된다. 지난해 10~12월 이마트에서 팔린 샤인머스캣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샤인머스캣은 크기와 색상 면에서도 사과, 배와 함께 선물용으로 포장했을 때 보기 좋은 시각적 장점을 지닌다"며 "사과, 배, 딸기, 귤 등 주요 과일 가격이 올라 샤인머스캣의 매력은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