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세 창업자 눈물의 호소 통할까... 태영건설 운명의 날

입력
2024.01.11 12:00
채권단 75% 동의해야 워크아웃 개시
자정까지 서면결의... 12일 오전 결과 나올 듯

'자기 뼈가 아니라 남의 뼈를 깎았다'는 금융당국 수장의 지적부터 윤세영(91) 태영그룹 창업자의 눈물 어린 호소까지. 태영건설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정하는 채권단 투표가 11일 시작됐다. 채권자 75%(신용공여액 기준)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태영건설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넘어가게 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열어 총 609곳의 채권자를 대상으로 투표(서면결의)를 통해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채권자는 이날 자정까지 팩스 또는 이메일로 의사를 밝힐 수 있다. 채권자마다 신용공여액이 다른 만큼 표 계산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12일 오전에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태영그룹 측이 논란이 됐던 지주사 TY홀딩스와 SBS 지분까지 내건 만큼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과 은행권의 채권 보유 비중은 33% 수준이며 금융지주사 계열사까지 확대하면 46%에 이른다. 여기에 국민연금,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금융당국 영향력이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채권단 비중까지 고려하면 가결 기준인 75%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날 주요 채권자들은 회의를 열어 "태영그룹의 자구안이 계획대로 이행된다면 워크아웃 개시와 이후 실사 및 기업개선계획 수립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부동산 파이낸스 프로젝트(PF) 사업장마다 상황이 다르고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상대적으로 소액 채권자의 이해관계도 달라 끝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태영건설은 최대 4개월간의 채무 상환 유예를 통해 당장의 유동성 위기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된다. 태영건설은 사업장별 진행 단계와 사업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PF 대주단과 처리 방안을 수립하고 사업장 정상화에 나선다.

반면 워크아웃이 좌절돼 법정관리로 넘어가면 태영건설뿐 아니라 협력사, 수분양자 등 피해가 확산된다. 워크아웃과 달리 법정관리에는 금융 채권뿐 아니라 상거래 채권 등 모든 채권이 조정 대상에 포함된다. 기존의 수주 계약도 해지된다. 제때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하도급업체의 줄도산도 우려된다. 태영건설의 하도급을 받아 일해온 협력업체는 581곳, 구매처는 494곳이다. 수분양자 역시 사업 연기나 부실시공 등을 우려하고 있다. 태영건설의 주택사업장 중 분양 계약이 진행 중인 사업장은 총 22곳, 1만9,869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태영건설이 분양한 아파트의 한 입주 예정자는 "차질 없이 시공을 완료하고 하자를 보수한다고 하지만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입주 일정에 맞춰 이사 계획도 세웠는데 건설사 사정이 더 안 좋아져 일정까지 미뤄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