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습격한 피의자 김모(67)씨에 대한 수사를 10일 마무리하고 검찰에 넘겼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그가 극우성향이라고 해도 공무원 퇴직 후 공인중개사로 오래 일하다 야당 대표를 살해할 목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는 점이 선뜻 납득하기 힘들어서다. 김씨는 별 다른 전과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김씨의 신상과 당적, 그가 범행 전 작성했다는 이른바 ‘변명문(남기는 말)’의 원문도 공개하지 않은 탓에 정확한 분석은 쉽지 않지만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피의자가 자기 과시를 즐기는 확신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본보 통화에서 “김씨에게 이재명은 문재인, 조국, 개딸(개혁의 딸), 586세대 등을 총망라하는 하나의 표상”이라며 “범죄를 감수하고라도 정치적 신념을 그 표상에 대한 극단적인 폭력으로 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확신범은 도덕적·종교적·정치적 의무 등에 대한 신념이나 확신이 결정적인 동기가 돼 범행을 저지르는 자를 뜻한다. 사상을 충실히 지키려 범행하는 거라 형벌도 큰 효과가 없다. 실제 김씨는 유치장에서도 삼국지를 읽는 등 별다른 동요 없이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모자,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는 다른 피의자와 달리 카메라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을 지낸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확신범 중에서도 검거 직후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는 등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싶은 남성성 재확인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치장에서 검찰로 이동하는 호송차에 타기 전 김씨는 “이재명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걱정을 끼쳤다. 미안하다”고 답했는데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범행을 반성하고 뉘우치기보다 남성다움, 과시욕을 위한 지능적 진술”이라고 봤다.
김씨의 변명문에 담긴 범행 취지를 볼 때 그는 극우·보수성향의 인물로 추정된다. 경찰 조사에서 그가 보수 성향 정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한 기록이 나오기도 했다. 김씨의 지인들도 그가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범행 동기에 김씨가 역사적 사명감으로 나라가 좌파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라는 말이 나온다”며 “‘막는다’는 표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걸 막고, 좌파가 공천 많이 받는 것을 막는다는 식의 전형적인 극우테러의 논리구조”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