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90... 좋은 투표를 위한 세 가지 방법

입력
2024.01.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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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1월 11일로 ‘D-90일’을 맞는다. 3개월이란 시간이 정당, 입후보예정자, 유권자에게 똑같이 주어졌다. 요즘 정치에서는 대화ㆍ합의란 단어를 듣기 어렵다. 증오ㆍ혐오 정치, 힘에 의한 강대강 정치 등 듣기 거북한 단어들만 제조한다. 국민들은 피로감을 넘어 ‘차가운 무관심’으로 일관한 지 오래됐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정치는 계속돼야 한다.

그래서 ‘좋은 투표를 위한 3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다. 첫째,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철학적ㆍ종교적인 접근이 아니다. 매우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나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성격, 특징, 목표, 꿈, 가치관, 장ㆍ단점, 인간관계, 정치 성향 등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나의 가치관을 투영한 정당과 후보자에게 투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정당, 정치인을 살펴야 한다. 선거 시즌만 되면 각 정당은 각종 정책, 제도, 사업계획 등 공약을 쏟아낸다. 이들은 특히 표심을 자극할 '소스'로 민심을 파고든다. 이 지점에서 경계심을 가지고 정당, 후보자를 잘 '스크리닝' 해야 한다. 각 정당, 후보자의 ‘정체성’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사전적 의미에서 정체성이란,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이다. 후보자를 표현하는 여러 가지 키워드, 살아온 이력, 경력, 언행들이 있다. 그것들을 조합하고 융합한 총체적 질감이 바로 정체성이다.

셋째, ‘나는 왜 이 정당, 이 후보자를 지지하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선택의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혹시 질문 전ㆍ후의 선택이 같더라도, 답을 찾는 과정에서의 치열한 고민은 미세하게 차이를 만들어내는 시발점이 된다. ’챗GPT’의 등장으로 질문을 잘하는 사유 능력과 통찰력 등 인문학적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다. 바로 ‘호모 프롬프트’의 등장이다. 유권자도 자신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스스로에게 유장(悠長)하고 뭉근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선거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상향과 현실 속 시공간의 좌표에서 나의 점을 찍는 것이다. 그 점들이 함께 모여 2차원 직선이 되고, 유의미한 방향성을 가지게 된다.

결국 투표를 잘하기 위해서는 나의 정체성과 나를 먼저 두루 살피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당과 후보자를 분석해서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나를 알아가고 찾아가는, '투표 메커니즘'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구자곤 화순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