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을 보도하면서 피의자 실명을 공개했다. 경찰이 비공개 결정을 내린 피의자 신상정보가 정작 외신에서는 버젓이 공개되면서 신상정보 비공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NYT는 3일(현지시간) '야당 지도자에 대한 칼부림 공격이 양극화된 한국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는 제목으로 이 대표의 피습 사건을 분석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서 NYT는 "경찰은 김○○이라는 66세 공인중개사가 이 대표를 살해하려는 의도를 인정했다고 밝혔다"며 이 대표를 흉기로 찔러 살인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김씨의 실명을 공개했다.
또한 NYT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씨는 2012년부터 아산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했던 전직 공무원"이라며 "마약 투약 이력, 정신병력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씨의 실명, 직업뿐 아니라 피습 당시 영상에 담긴 뒷모습 등을 모자이크 없이 게재하기도 했다.
부산경찰청은 9일 오후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김씨에 대한 신상 공개 여부를 논의한 끝에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심의위는 신상 공개 요건인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피해가 중대한 경우 △범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증거가 충분한 경우 △피의자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국민 알권리 보장 등 4가지를 고려했지만, 이 중 해당 요건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김씨의 실명 등을 외신이 보도하자 일부 누리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상에는 "어느 나라의 정치인이 테러를 당하더라도 범인이 잡히면 공개하지 않느냐", "이런 정보를 외신을 통해 알아야 하느냐"는 등 경찰의 비공개 결정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쏟아졌다.
민주당도 이 대표 피습 사건 피의자 신상 비공개 결정에 이날 "제1야당 대표를 살해하려 한 범죄자를 경찰이 감싸고도는 이유는 정권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는 목적이냐"며 "노무현 정부였던 2006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 사건 당시 하루도 안 돼 테러범의 신상을 공개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