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쌤앤파커스가 이달 출간할 영국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의 책 '벌거벗은 정신력'이 표절 시비로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나온 같은 저자의 베스트셀러 '도둑맞은 집중력'(어크로스 발행)과 표지 디자인과 제목 포맷이 지나치게 유사하기 때문이다.
10일 출판계에 따르면 쌤앤파커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벌거벗은 정신력' 출간 소식을 전하며 '첫 독자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올려 서평단을 모집했다."'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 요한 하리의 화제작"이라는 문구와 함께 표지 이미지를 공개했는데, 두 책이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시리즈 책처럼 보인다. 디자인을 비교해 보면 제목 글자 수, 한글·영문 폰트, 제목 배치 방식, 띠지 스타일 등이 판박이처럼 비슷하다.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책을 만들다 보면 유사한 제목이나 표지가 나올 수 있지만, 이번 경우에는 유사한 정도가 지나치다"며 "사전 협의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도둑맞은'의 표지의 저작권은 외주를 맡긴 디자인업체 '디자인 규'에 있다. 저작권자인 양진규 북디자이너는 쌤앤파커스 블로그에 "설명을 부탁드린다"는 글을 올리며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쌤앤파커스는 사과 입장을 밝혔다. "신간 홍보를 위해 무리한 디자인을 사용했다"면서 "최종 디자인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홍보를 위한 이미지였을 뿐 실제 출판되는 표지 디자인은 바뀔 것이란 이야기다.
출판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도둑맞은'이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가 되자 과거에 출판된 책을 일명 '표지갈이'만 해 인기에 편승하려 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쌤앤파커스는 요한 하리의 책 'Lost Connections'를 2019년 '물어봐줘서 고마워요'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했다. 세계적인 정신의학자, 심리학자, 우울증 환자를 만나 '단절'의 의미에 대해 파헤치는 내용으로, 요한 하리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다. '벌거벗은'은 같은 책의 제목과 표지를 바꾼 개정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