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창당 깃발을 든 전직 여야 대표들이 친정을 향한 강한 비판으로 '제3지대' 연대의 본격적인 주도권 싸움을 시작했다.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했고,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의 도덕성을 문제 삼았다.
이 위원장과 이 전 대표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출판기념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까지 참석해 흡사 '제3지대' 연대를 위한 발대식 같은 모습이 연출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특히 양당 구도 타파라는 '이심전심' 정서를 역설한 전직 여야 대표에게 시선이 쏠렸다. 11일 탈당을 예고한 이 전 대표는 "양당의 철옹성 같은 기득권을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주저앉겠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고 강조했다. 전날 UBC울산방송에 출연해 "의원 44%가 전과자"라며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린 이 전 대표가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면서 제3지대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이 전 대표에 이어 발언에 나선 이 위원장은 "누군가는 여의도 사투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국민은 '그들만의 언어'인 서초동 사투리를 용납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5,000만 명의 문법을 쓰겠다'는 한 위원장을 꼬집은 것이다.
이날 만남을 계기로 제3지대 연대를 위한 주요 인사들의 발걸음은 더 빨라질 전망이다. 실제 이 전 대표는 이날 양 대표 출판기념회 장소 옆에서 열린 조응천 민주당 의원 북콘서트 자리를 두 차례나 찾았다. 조 의원 행사장에서 이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약 지금 살아있다면 그의 정신(행동하는 양심)을 가장 잘 실천하는 정치인으로 조 의원을 꼽을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조 의원은 앞서 이날 오전 SBS 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하루의 시간이 남았다"면서 10일 탈당을 예고했다. 조 의원과 함께 탈당 가능성이 커진 '원칙과상식(김종민·윤영찬·이원욱 의원)' 끌어안기에 이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힘을 쏟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이 전 대표와 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 피습으로 결집력이 강해진 민주당 내부 분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전 대표의 '전과자 44%' 발언에 후폭풍이 거셌다. 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의원 전과 중) 노동운동과 민주화 운동을 한 분을 제외하면 16% 정도"라며 "(이 전 대표는) 그 혜택을 받았던 가장 대표적인 분이고, 꽃길만 걸어오신 분"이라고 직격했다. 민주당 내부 반발이 심상치 않자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예나 지금이나 민주화 영웅들의 희생을 높이 평가한다"며 머리를 숙였지만, "계산해보면 44%가 아니라 41%가 맞다"고 언급해 되레 비난만 더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