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는 제3지대... 반윤·반이 넘어 가치와 비전부터

입력
2024.01.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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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의 출판기념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도 참여해 신당을 창당했거나 준비 중인 ‘제3지대 빅텐트’ 키맨들이 한자리에 집결한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그 가능성을 이들은 직접 언급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양당의 철옹성 기득권을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주저앉겠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에 우리가 다 모였다”고 했고, 이준석 전 대표는 “어떤 차이점과 동질성이 있는지, 이미 같은 꿈을 꿀 동지의 자격을 넘어섰다”고 했다.

민주당의 비이재명계 ‘원칙과 상식’ 의원 4명도 오늘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내일은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발표한다. 이로써 여야가 ‘4당 체제’로 재편되는 한편, 신당들의 연대 또는 통합신당 탄생까지 예상돼 총선구도는 더욱 긴박해질 조짐이다. 현 정치권에 실망한 국민에게 제3의 선택지가 열리는 건 필연적 수순일 수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선거를 90여 일 앞둔 현재까지도 ‘선거 룰’조차 정하지 않은 채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비례대표는 자신들에게 유리하고 제3지대 정당들에 불리한 ‘병립형’ 회귀에 동조하고 있다.

신당들에 놓인 앞길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그 정체성조차 모호해 대안세력으로 평가하기엔 아직 부족하다. 선거가 임박할수록 ‘사표방지’ 심리도 넘어서야 한다. 비례대표는 각자도생, 지역구는 후보단일화 등 갖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신당은 하기에 따라 박빙으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에서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거대 양당은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한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의 끝자락에서 ‘반윤석열’ ‘반이재명’에만 기댄다면 선거 때면 명멸해온 ‘떴다방 신당’을 면치 못할 것이다. ‘빅텐트’가 실현되려면 서로 차이를 부각하기보다 민생과 괴리된 극단의 혐오정치를 어떻게 개선할지 손에 잡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확연히 다른 신선한 인물과 정책, 새로운 비전을 국민에게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