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군사 작전 범위가 가자지구 밖으로 넓어지고 있다. 레바논, 시리아 등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주요 인사를 제거하는 데 거침이 없다. '확전을 자제해달라'는 미국의 만류도 잘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시리아 남부 베이트 진 마을에서 하마스 소속 하산 아카샤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아카샤는 이스라엘로 날아온 하마스 로켓 발사 책임자로 알려졌다. IDF는 "우리는 시리아 영토에서의 테러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위협에도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이란 관련 목표물에 대한 공세를 바짝 끌어올렸다'는 영국 로이터통신 보도도 나왔다. 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반(反)이스라엘 세력에 대한 군사 작전을 편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경고 사격을 한 뒤 무기를 빼앗는 식으로 인명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했다면 이제는 인명 피해를 오히려 키우는 식으로 공격을 하고 있다는 게 로이터가 인용한 현지 소식통 주장이다.
특히 지난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인근 도시에서 '하마스 3인자' 살레흐 알아루리가 살해된 이후 헤즈볼라가 연일 확전을 경고하고 있음에도 이스라엘은 이를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헤즈볼라는 우리가 베이루트에서 가자지구 작전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레바논 국경 지역인 이스라엘 키르야트시모나에 주둔 중인 부대를 찾아 "필요시 전쟁을 확대할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IDF는 같은 날 헤즈볼라 남부 지역에 공습을 가해 헤즈볼라 정예인 라드완 부대 지휘관으로 알려진 위삼 하산 알타윌도 살해했다.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로는 "가자지구 작전 수위를 낮췄다"(8일 갈란트 장관)고 했으나 확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 효과는 반감됐다. 그간 미국 등 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줄이고 중동 정세를 안정시키고자 '가자지구에서 무차별 폭격을 동반한 고강도 작전 대신 하마스 표적 제거를 위주로 하는 저강도 작전을 펴라'고 이스라엘을 압박해왔다.
'확전 방지'를 목표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동을 순방 중인 상황에서 확전 우려가 고조되면서 미국은 더 난감해졌다. 9일 이스라엘을 찾은 블링컨 장관은 하루 전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 등을 언급하며 "확전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