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공영제, 준공영제 도입 등 지방자치단체들의 시내버스 운영체계 공공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 관리로 대중교통 서비스 질을 개선하겠다는 보편적 복지차원의 접근이다.
강원 양구군은 내년(2025년) 농어촌버스 완전공영제 도입을 목표로 조례와 노선, 요금체계를 정비 중이라고 9일 밝혔다. 군이 민영업체로부터 노선을 사들여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다. 수요가 적더라도 버스 운행이 꼭 필요한 오지 등에 버스를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양구군은 그동안 시내버스 업체의 적자누적과 차량 노후로 농어촌 노선 유지에 골머리를 앓았다. 매년 10개 노선을 운행하는 업체에 11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적자를 보전해줬으나 사정이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9월 7일에는 양구군 돌산령터널(해발 970m) 인근을 달리던 버스 앞바퀴에 불이 붙는 사고가 일어나자 완전공영제 도입을 결정했다. 양구군은 완전공영제를 도입하면 차고지와 노선권 인수 등 초기 비용 30억 원과 매년 20억 원 안팎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구진회 양구군 교통행정팀장은 “인구는 줄고 연료비는 올라 버스업체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그렇더라도 버스가 꼭 필요한 노선이 끊어지면 지역소멸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라 예산을 더 들여 서비스를 개선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전북 완주군은 최근 비봉봉·운주·화산·동상·경천면 등 고산북부권 시내버스 노선권 매입을 결정했다. 다음 달 삼례·봉동·용진면 마을버스 도입을 시작으로 노선을 확대한다. 완주군은 2021년 6월 공영제를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해왔고 올해 고산북부권 확대로 이를 마무리한다. 완주군민들은 지역 내 버스업체가 없는 탓에 전주 등 인근 지역의 대중교통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나 외지업체마저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영이 악화돼 완주 노선을 축소하면서, 군이 직접 노선을 운영하는 공영제로 전환했다. 공영제 도입에 따라 버스요금이 기존 1,500원에서 500원으로 인하돼 서민들의 부담도 줄 전망이다. 완주군은 공영제를 시작한 이후 운영비로 20억4,000만 원(2021년), 8억4,000만 원(2022년)의 예산을 투입했다.
앞서 제주 서귀포시와 전남 신안·완도군, 강원 정선군, 경기 광주·화성시도 시내버스 완전공영제를 도입했다. 예산을 더 투입하더라도 대중교통 서비스를 개선하는 게 주민들에게 이익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 2020년 7월 완전공영제를 시행한 정선군의 경우 승객이 이전보다 90%가량 늘고 전통시장이 북적이는 효과로 이어졌다.
지자체들의 버스 운영체계 공공화 전환이 잇따르고 있으나, 막대한 예산 때문에 선뜻 도입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인구 30만 명 도시만 해도 한 해 수백억 원에 이르는 비용이 부담이다. 완전공영제를 도입한 곳 대부분이 인구가 적고 노선이 많지 않은 농어촌 시군이나 중소도시에 그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광역자치단체가 성과에 따라 버스업체를 지원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경기도가 올 들어 45개 노선, 545대를 대상으로 시작한 공공관리제는 도가 수익을 거둔 뒤 일정 기준에 따라 업체에 분배한다. 정시 출발 및 도착 빈도, 친절도 등 서비스 평가(A~E 등급)에 따라 업체를 차등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평가에서 탈락한 업체는 자체 비용으로 노선을 운영해야 한다. 경기도는 올해 연말까지 공공관리제 대상을 1,200대로 늘리고 2027년에는 전체 시내버스(6,200대)로 확대한다. 올해 경기도의 공공관리제 예산은 2,000억 원, 모든 노선과 차량에 적용되는 3년 뒤엔 1조1,359억 원에 달한다.
노승만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국 곳곳에서 시내버스 민영제는 이미 실패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며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 등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대중교통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