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이 당초 채권단에 제시한 4가지 자구안을 모두 이행하기로 했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물론 대통령실까지 압박에 나서자 꼬리를 내린 것이다. 추가 자구안도 곧 내놓을 방침이라는데, 또다시 무성의한 버티기로 원칙을 흔들 생각은 접어야 할 것이다.
태영이 당초 채권단에 제시한 자구안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및 블루원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4가지다. 하지만 이런저런 구실로 약속 이행을 회피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 원 중 659억 원만 태영건설에 지원한 게 대표적이다. 나머지 890억 원은 그룹 지주사인 TY홀딩스의 태영건설 연대보증 채무를 해소하는 데 썼다. 그러면서 “지주사 지원이 곧 태영건설 지원”이라는 억지를 부렸다.
오너 일가가 내놓은 돈도 484억 원뿐이었다. 이 중 윤석민 회장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416억 원)을 제외하면 실제 투입된 사재는 68억 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윤 회장은 이 돈도 TY홀딩스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인수하는 데 썼다. 연 4.6% 이자를 받으면서 사재 출연이라고 주장해 온 것이다.
정부와 채권단 압박에 태영 측은 결국 어제 오전 논란이 된 890억 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언제든 위험이 될 수 있는 우발채무 규모가 태영 측 주장에 따르더라도 2조5,000억 원이다. 이 정도 자구안으로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 채권단에 손을 내밀 수 있겠는가. 무려 12년 전인 2012년 금호산업 워크아웃 당시 박삼구 회장 일가가 내놓은 사재도 이보다 훨씬 많은 2,200억 원이었다.
태영 측은 윤 회장 보유 TY홀딩스 지분 담보 제공 등의 방식으로 추가 사재출연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다시 꼼수를 동원하거나 정치권력의 도움에 기대려 해서는 안 된다. 시장을 설득시킬 수 있는 건 진정성 담긴 자구노력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와 채권단도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도록 끝까지 원칙을 지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