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배우 스티븐 연이 아시아계 최초로 골든글로브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스티븐 연은 7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성난 사람들(비프)’로 TV 리미티드 시리즈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아시아계 남자배우가 골든글로브 주연상을 수상한 것은 사상 최초다. 재캐나다동포 배우 샌드라 오는 2019년 ‘킬링 이브’로 골든글로브 TV 시리즈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샌드라 오는 2006년 ‘그레이 아나토미’로 여우조연상도 받았다. 2022년에는 배우 오영수가 ‘오징어 게임’으로 TV 시리즈 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스티븐 연은 한국계로는 골든글로브 배우상을 네 번째로 수상하게 됐다.
넷플릭스 10부작 드라마 ‘성난 사람들’은 주차장에서 시비가 붙은 중국계 여성 에이미(앨리 웡)와 한국계 남성 대니(스티븐 연)의 다툼을 통해 아시아계 이민사회를 들여다본다. 재미동포 작가 이성진이 각본을 썼고, 연출에 참여하기도 했다. 스티븐 연과 연기 호흡을 맞춘 앨리 웡은 TV드라마 리미티드 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부문에서 아시아계 여성의 최초 수상이다. ‘성난 사람들’은 TV 리미티드 시리즈 드라마 부문 작품상도 수상했다. 스티븐 연은 ‘성난 사람들’의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성난 사람들’은 지난해 4월 공개된 후 넷플릭스 시청시간 10위 안에 5주 동안 이름을 올리며 인기를 모았다.
스티븐 연은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안은 후 "평소 저는 고립과 외로움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편이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다른 사람들만 생각할 수 있다”며 “이건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겨울왕국’ 줄거리처럼 느껴진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모든 스태프에 감사하다”며 “아내는 나의 힘”이라고 덧붙였다. 스티븐 연은 15일 열릴 제75회 에미상 TV드라마 리미티드 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다.
스티븐 연은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5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드라마 ‘워킹 데드’ 시리즈로 스타덤에 올랐고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와 ‘미키 17’(2024),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에 출연했다. 재미동포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2021)로 2022년 제94회 미국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수상 기대를 모았던 재캐나다동포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는 수상에 실패했다. 5개 부문(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비영어 작품상) 후보에 올랐으나 한 차례도 수상자 또는 수상작으로 호명되지 못했다.
드라마 영화 부문 작품상은 ‘오펜하이머’, 남우주연상은 ‘오펜하이머’의 킬리언 머피, 여우주연상은 ‘플라워 킬링 문’의 릴리 글래드스턴이 각각 차지했다. 뮤지컬ㆍ코미디 영화 부문 작품상은 ‘가여운 것들’, 남우주연상은 ‘바튼 아카데미’의 폴 지애매티, 여우주연상은 ‘가여운 것들’의 에마 스톤이 각각 받았다. 감독상은 ‘오펜하이머’의 크리스토퍼 놀런이 수상했다. 남우조연상은 ‘오펜하이머’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여우주연상은 ‘바튼 아카데미’의 대빈 조이 랜돌프가 가져갔다. 각본상은 ‘추락의 해부’의 쥐스틴 트리에 감독과 아서 하라리 작가가 차지했다. ‘추락의 해부’는 비영어 작품상까지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