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오전 황해도 장산곶과 등산곶 일대에서 200여 발의 해안포 사격을 실시했다. 우리의 서해 최북단 백령도와 연평도를 위협하는 도발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지역에 포탄이 떨어져 우리 측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과거 북한 해안포의 직접 포격을 당했던 연평도에서는 주민대피령이 떨어지고, 여객선 운항도 일시 중단됐다.
북한의 서해 접경지역 포사격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11월 9·19 군사합의 파기 이후 육상과 해상의 접경지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위기 조성의 단계를 차근차근 밟고 있는 것이다. 당시 북한은 “북남 군사분야 합의서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돌이킬 수 없는 충돌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전적으로 대한민국 '것'들이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책임 전가와 위협을 동시에 했었다. 김정은은 한발 더 나아가 최근 “남조선을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도 언급하며 전쟁 위협도 가했다. 북한의 이번 포사격 훈련은 군사 합의 사항 중 우발적 충돌 방지 조항, 즉 서해 완충수역에서의 포사격 및 기동훈련 중지 조항에 대한 실질적인 무력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비무장지대 내 남북교류와 경협의 상징인 경의선 육로에 지뢰도 매설했다고 한다. 군사합의 무력화 조치를 넘어 직접적인 군사 충돌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군도 같은 날 오후 상응조치 방침에 따라 백령도와 연평도에 배치된 해병 등을 통해 K-9 자주포 등으로 400여발의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물론 직접적인 위협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나 군이 언급한 대로 즉각적이고 단호한 응징이 필요하지만, 현 상황이 그러한지 의문이다. 우리 NLL 수역에 북측 포탄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우리가 합의 파기나 유예조치를 선언하지도 않은 서해 완충수역에 대한 비례나 과잉대응으로 군사합의 무력화에 덩달아 가담할 필요가 있는가 싶다. 북측이 노리는 한반도 위기 조성에 우리 군이 맞장구칠 이유가 없는 만큼 도발 대응에도 정교한 전략과 판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