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 가계 여유자금이 3개월 사이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늘었는데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수요가 이어진 때문이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3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 규모는 26조5,000억 원으로 전 분기(28조6,000억 원) 대비 2조1,000억 원 축소됐다. 두 분기 연속 감소 추세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7조3,000억 원 줄었다. 순자금운용액은 해당 기간 예금이나 금융 투자로 굴린 가구의 돈(자금 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자금 조달)을 뺀 금액으로, 가계의 여유 자금을 뜻한다.
송재창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완화된 대출 규제에 따른 주택매매 증가세가 지속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수도권 주택매매량은 3분기 6만8,000호로 2분기(7만 호)와 비슷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가계 자금 조달액도 17조 원으로 2분기(15조8,000억 원)보다 늘었는데, 금융기관 장기 차입이 11조5,000억 원에서 16조4,000억 원으로 5조 원 가까이 뛰었다. 가계대출 증가에도 국내총생산(GDP)이 더 크게 늘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1.5%로 2분기(101.7%)보다 소폭 낮아졌다.
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가계의 3분기 자금 운용 규모는 43조5,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9,000억 원 감소했다. 주가 상승 기대로 개인투자자 매수가 확대되면서 국내 지분투자 및 투자펀드는 10조 원 넘게 급증했지만, 금융기관 예치금과 채권이 각각 6조9,000억 원, 5조8,000억 원 감소한 탓이다.
비금융 법인기업의 경우 유가 상승과 추석 상여금 등 계절적 요인에 따른 비용 증가로 순이익이 감소하면서 순조달 규모가 33조4,000억 원을 기록, 한 분기 만에 12조3,000억 원이나 늘었다. 일반정부는 2분기 순조달에서 3분기 순운용(7조1,000억 원)으로 전환했다. 세입보다 지출이 더 크게 감소한 결과다.
앞으로도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 주택 매수세가 계속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금융소비자 사이에서 차입을 통한 투자보다 대출 상환을 먼저 고려하는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의향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대한민국 금융소비자보고서 2024’에 실린 설문조사를 보면 "돈이 생겼을 때 저축이나 투자보다 대출을 상환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응답자 비율이 55%로 과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