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솔로지옥' 한해 "쟁취하는 타입 NO... 참가자론 턱없죠"

입력
2024.01.10 09:39
[신년 인터뷰] 래퍼 겸 방송인 한해
넥플릭스 연애 예능 '솔로지옥' MC로 활약
"1주일 안에 매력 어필 불가, 나는 오래 봐야"
"방송인 롤모델은 장도연"

패기 넘치는 래퍼에서 순수하고 편안한 매력의 방송인으로 변신한 한해는 지난 한 해를 누구보다 열심히 보냈다. 무려 10개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다. 하지만 '긍정 한해'답게 그에겐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국제 공인 와인 자격증을 최고등급으로 패스할 만큼 와인에 진심인 한해는 체중이 증가한 후 "살이 찐 게 아니라 행복이 찐 거"라는 말로 새로운 유행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실제로 만난 한해는 '무공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보다 훨씬 더 반듯하고 진중했다. '와인 전문가'라는 말에 손사래를 치며 "애호가라 불러달라"던 그는 칭찬을 들을 때마다 코를 찡그리고 웃으면서 민망해했다. 본업보다 방송인으로 더욱 활발히 활동해온 터라 "음악을 안 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올해는 반드시 팬들을 위한 음악 선물을 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언뜻 보면 고생을 모르고 자란 청년 같아 보이지만 한해의 삶은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무뚝뚝한 부산 남자'였던 그는 음악을 하기 위해 스무 살 때 무작정 상경했다. 각종 아르바이트와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던 시절, 고시원에서 옆방에 살던 아저씨가 돌아가시는 충격적인 사건도 겪었다. 특유의 둥글둥글하고 잔잔한 매력 뒤엔 인생 경험으로 단단히 여문 서른 넷 청년의 또 다른 얼굴이 숨어있었다. 그래서 그의 말과 눈빛에는 깊이가 있다. 2시간 인터뷰를 하고도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만큼, 한해는 강한 흡인력을 지닌 사람이다.

◆래퍼에서 방송인으로, 한해의 2막

-tvN 음악 예능 '놀라운 토요일'에서 활약 중이다. 현장은 어떤가.

"다음 녹화가 '놀토' 300회 특집이에요. 현장이 정말 완벽해요.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진짜 편하기도 하고요. 우리는 5년 동안 했는데 각각의 포스가 있는 사람들이라서 이 현장에 제가 편하게 있는 게 말이 안 된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많아요.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좋죠. 고스란히 방송에 전달되는 느낌이에요."

-출연진들과는 실제로도 많이 친한지.

"다들 친하고 진짜 가족 같아요. 출연자들끼리 자주 연락하고 회식도 자주 해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자주 모이는 편이고 태연이는 술을 안 마시니까 콘서트를 하면 저희가 꼭 가죠. 붐 형은 알면 알수록 너무 좋은 사람이에요. 수시로 '형 뭐해? 나와' 할 정도의 사이까진 아니지만 방송에서 만날 때마다 형은 너무 따뜻한 사람이고 더 잘 돼야 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요. 능력치가 최고라고 생각해요."

-'큰 형' 신동엽을 보면서도 배운 게 많을 듯한데.

"신동엽 형은 방송 선배님인데 정신적 지주 같은 느낌이에요. 동엽 형이랑 일대일로 술 먹어본 사람이 많이 없는 거로 아는데 저랑은 두세 번 마셨어요. 워낙 와인을 좋아하시기도 하고, 회식 갔다가 둘이 한잔 더 하러 간 적도 있어요. 집 앞 호프집에도 간 적이 있는데 금요일 녹화니까 (가게에) 사람이 많았어요. 우리 동네에 신동엽이 오다니! 손님들과 어울려 같이 마시기도 하고 형을 보며 많은 걸 배웠죠. 나이를 먹는다고 다 어른은 아니잖아요. 형은 정말 어른 같은 어른이에요."

-한해가 현재 출연 중인 예능 프로그램들은 무엇인가.

"예능은 '놀토'랑 '솔로지옥'에 출연 중이고 '편스토랑'을 간헐적으로 촬영하고 있어요. '컬투쇼'를 3년째 하고 있는데 찬우 형이 빠지면서 요일 DJ를 해요. 목요일과 일요일 방송을 맡고 있죠. 일요일은 초대석이 많아서 아이돌이나 가수들을 초대해서 진행해요. 작년에는 10개 정도 방송을 했는데 그 와중에 들어오는 일회성 예능 게스트도 다 했어요. 전적으로 저의 의지였죠. 재미도 있고 방송이 잘 맞는 거 같아요."

-요즘 '솔로지옥' 새 시즌이 화제를 모으고 있더라.

"'솔로지옥' 하면서 '내 얘길 하는 것도 잘할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놀토'는 제 얘길 하는 프로그램은 아니잖아요. '솔로지옥'은 시즌1 때부터 나갔어요. 처음 섭외 왔을 땐 '나를?'이라고 생각했죠. 넷플릭스 예능이 많이 없을 때였고 저도 철저한 소비자였던 때라 같이 하자니까 신나더라고요. 고마운 프로그램이죠. 그 전까진 '놀토' 이미지가 강하니까 약간 바보 같은, 어리숙하고 뭘 모르는 느낌으로 사람들이 많이 봤던 거 같아요. '솔로지옥'은 저의 시선을 투영할 수 있잖아요. 시청자들이 생각보다 좋게 봐주시고 통찰력이 있다고도 해주셨어요."

-MC들과 호흡도 무척 좋아보이더라. 덱스를 제외한 모두와 세 시즌을 함께했는데.

"홍진경 누나와 이다희 누나, 규현 형이랑 이전 시즌 때는 코로나 시기여서 회식도 안 하고 친해질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시즌 3 촬영하며 회식을 많이 했죠. 덱스가 들어왔는데 회식이 얼마나 핫했겠어요. 덱스가 술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게 너무 웃겨요. 이번 시즌이 유난히 얘깃거리가 많았어요. 끝나고 회식까지 이어지니까 '솔로지옥'에 대한 대화를 계속 하게 되더라고요. 제작진이 상황도 알려주고 비하인드도 얘기하면서 너무 재밌고 친해졌어요."

-연애 예능 MC도 적성에 잘 맞아 보이는데 어땠나.

"제가 좋아하는 영역이에요. 사람들을 관찰하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지켜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영화도 그런 류를 좋아하고요. 그걸 프로그램으로 하니까 재밌을 수밖에 없죠. '나는 솔로'도 재밌게 봤어요. '솔로지옥' 연출한 김재원 PD형이랑 '나는 솔로' 얘기도 진짜 많이 해요. 형은 너무 착한 사람이에요. 최근엔 주변에서 '솔로지옥'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마치 제가 권력자라도 된 듯 이맘때쯤은 항상 스포 해달란 요청이 많죠. 그런 것도 재미있어요."

-'솔로지옥' 출연자 중 마음에 드는 스타일이 있나.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도 궁금하다.

"사실 저는 너무 끼를 부리고 어필하는 것보단 자연스러운 사람이 좋아요. 안 해도 드러나는 사람이 있잖아요. 세련미가 있고 그런 사람들. (어필해야 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솔로지옥'에서 이상형을 찾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재미있었던 댓글 중 하나는 '한해도 살찌기 전에는 수요가 많았을 걸'이라는 말이었어요. 하하. 실제로 인기가 많았냐고요? 제 또래 남자들 정도의 연애 경험은 있지요."

-실제로 한해는 어떤 스타일의 남자인가.

"만약에 제가 '솔로지옥'에 참가자로 나간다면 그 안에서 매력 어필을 못할 거 같아요. 1주일 남짓한 시간에 어필하는 게 자신 없어요. 저는 오래 진득하게 봐야 해요. 참가자론 턱없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제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저에 대한 마음이 1도 없어 보이면 안 좋아져요. 어떻게든 노력해서 쟁취하는 타입은 아니에요. 그런데 운이 좋게도 항상 제가 마음에 들어하면 상대도 어느 정도 마음이 있던 적이 많았어요."

-'집돌이 연예인'이 많은 반면 한해는 잘 돌아다니고 털털한 타입 같아 보인다.

"저는 밖에 편하게 다니는 스타일이에요. 첫째로 크게 불편함이 없고 요즘은 알아봐주는 분들이 많아졌는데 고마워서 사진도 찍어드리고 그래요. 옛날엔 불편할 때가 있었는데 나이 먹고 뻔뻔해지나 봐요. 방송의 긍정적 효과이긴 한데 항상 조심하려고 하는 것도 있어요. 물론 과거 일은 돌이킬 수 없는 거지만 나름 떳떳하게는 살아왔어요. 예전엔 예민하고 잠을 잘 못 자던 시절도 있었죠. 티는 안 냈지만 감정기복도 있었고요. 지금은 스트레스도 안 받고 너무 잘 잔답니다. 하하."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금씩 부담 안 갖고 찍고 있어요. 업로드 기간을 정하지 않고 소소하게 하려고 해요.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맛있는 거 먹고 그런 영상들도 찍으려고 해요. 유튜브가 생각보다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되더라고요. 저는 일과 개인 삶이 분리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요. 일상에서 카메라를 켜 놓는 걸 못하겠더라고요. 적응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직도 불편한 게 있긴 해요."

-방송인 롤모델이 혹시 있다면.

"공식적으로 얘기한 적은 없는데 장도연 누나를 엄청 좋아해요. 4~5년 전부터 누나가 방송할 때 센스 있고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한 번씩 방송에서 회식할 때 '누나가 정말 롤모델 같은 사람이다'라고 얘기한 적은 있어요. 같은 프로그램에 몇 번 출연했었는데 누나가 요즘 너무 잘 되고 성장하는 거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답니다."

-한해의 인생 목표도 궁금하다.

"연예계 한정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오래 일을 하고 싶어요. 스트레스 없이 사는 게 꿈이기도 해요. 너무 욕심내지 않고, 오래 걸리더라도 자극적인 사람보다는 평탄하게 하는 사람이 힘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도를 지키고 그 순간 가장 핫하지 않더라도 묵묵히 어디에나 잘 묻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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