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축' 내세워 중동 전역서 세력 과시하는 이란

입력
2024.01.02 19:30
"하마스·후티 반군·헤즈볼라 뒤엔 이란"
이란 발뺌에도 "영향력 실재" 분석 다수
"무장단체에 자율성 부여... 수평적 관계"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이스라엘군과 산발적 교전을 벌이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홍해에서 미군과 대립 중인 예멘 반군 '후티'. 모두 반(反)이스라엘 네트워크, 이른바 '저항의 축'으로 분류된다. 이들의 뒷배는 이란이다. 최근 중동 긴장 고조와 관련해 '이란 배후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반이스라엘 '저항의 축'... "이란에 충성심"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에서 거리를 두면서도 전략적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중동 곳곳에서 이스라엘군 또는 미군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르는 배경엔 이란을 필두로 하는 '저항의 축'이 있다는 얘기다. 이라크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포함, 이들 무장 단체는 이란이 맹주인 '(이슬람교) 시아파 벨트'로 불리기도 한다.


WP에 따르면 후티와 헤즈볼라, 이라크 민병대 등의 공통점은 '이란에 대한 충성심'이다. 이란이 그들에게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고 격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프 보텔 전 미군 중앙통신사령관은 WP에 "(저항의 축에 속한) 다양한 단체들의 공격은 이란이 (중동) 전역에 구축한 네트워크의 파급력, 그리고 이것이 얼마나 큰 위험인지를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란은 드러내놓고 이스라엘이나 미국 등에 대한 공격에 가담하진 않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초기부터 제기된 '이란 배후설'도 줄곧 부인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무관하지 않다는 게 서방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하미드레자 아지지 독일 국제안보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이란은 배후에 있는 동시에 없다"고 말했다. 물밑에서 공격을 지원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발뺌하고 있는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이란, 직접 개입 없이도 영향력 행사"

이란의 이 같은 '은신'이 가능한 이유로는 저항의 축 단체들에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점이 꼽힌다. 보텔 전 사령관은 "(이란과의 관계가) 수직적이지 않고 수평적이라는 것이 강점"이라고 짚었다. 헤즈볼라 관계자나 이란 혁명수비대(IRGC) 관계자도 "대부분의 합동 작전 회의에서 이란은 주도적 역할을 하지 않고 '참석자 중 하나'로만 머물렀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런 전략이 이란에는 커다란 이득이라는 게 아지지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이란이) 직접 전투에 빨려드는 '큰불'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개별 공격으로 지역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이 배후에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5일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공습해 '저항의 축' 주요 인물로 알려진 IRGC 고위 장성 라지 무사비를 살해한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이 범죄에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분노했지만, 이스라엘은 "우리의 안보 이익을 보호할 임무가 있다"는 입장만 밝혔다.

미국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후부터 대(對)이란 견제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3일 석유 대금으로 내줬던 이란 자금 8조 원가량을 재동결한 게 대표적이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달 26일 "이란이 60%까지 농축한 우라늄 생산을 늘렸다"고 발표하자,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4개국은 이를 핵무장 준비 조짐으로 보고 "무모한 행동을 자제하라"는 공동성명을 냈다.

김나연 기자